[사설] 국지·야행성 호우 8명 사망·실종, 추가 피해 없게 대비하길

엊그제부터 충청·호남 지역에 기습 폭우가 쏟아져 8명이 사망·실종되는 안타까운 피해가 발생했다. 충남 서천군, 금산군에서 산사태로 주택이 무너져 집에 있던 70대 남성, 6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충남 논산에서는 오피스텔 지하 승강기가 물에 잠기면서 50대 남성이 숨졌고, 충북 영동군에선 홀로 농막에 거주하던 70대 남성이 실종됐다. 곳곳에서 하천·저수지 제방이 유실되면서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거나,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기상이변이 일상화된 만큼 이제 장마철 집중호우 위험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여겨야 한다.

기상청은 “2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폭우였다”고 밝혔다. 10일 새벽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내린 시간당 강수량 146㎜는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군산의 연 강수량(1246㎜)의 10%가 넘는다. 지난해 기상청에서 ‘극한 호우’로 규정한 시간당 50㎜의 3배에 당하는 강수량이다. 전문가들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수증기가 넓게 퍼지면 강한 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록적 폭우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자연재해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이번 장마는 밤에 비를 강하게 뿌리는 야행성과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퍼붓는 국지성이란 특징을 보였다. 밤 또는 새벽에 극한 호우가 쏟아져 주민들이 이렇다 할 방법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해 피해가 컸다. 어청도에 비가 쏟아질 때 약 80㎞ 떨어진 전북 부안군엔 시간당 3㎜ 정도 약한 비만 내렸다. ‘남북으로 폭이 좁고 동서로 길이는 긴’ 비구름대가 송곳이 찌르고 들어오는 것처럼 일부 지역만 피해를 줬다고 한다. 이런 비구름대가 위아래로 움직인다면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장마 패턴에 대한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

주말부터 장마전선이 다시 북상해 전국에 많은 비를 뿌릴 것이라니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최근 몇 년간 대형 참사가 오송 지하차도나 서울 반지하 주택에서 발생해 폭우 대책이 물막이 설치 등 대증요법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마당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안전 사각지대를 재점검하고 붕괴나 침수 위험이 있는 시설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모든 국민이 침수 대비 요령을 숙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간 실시간 정보 공유가 무엇보다 중요한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