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의 9년차 외야수 최원준은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군 입대 직전 시즌인 2021시즌으로 꼽는다. 2016년 서울고 졸업후 KIA에 2차 1라운드 3순위 지명을 받아 입단한 최원준은 4년차까진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였지만, 5년차였던 2020년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그해 1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6(359타수 117안타) 2홈런 35타점 14도루를 기록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증명했다. 이듬해인 2021년에 14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5(589타수 174안타) 4홈런 44타점 40도루를 기록했다. 최다안타 3위, 도루 2위에 오르며 KIA 타선의 첨병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2021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한 최원준은 지난해 6월 제대해 KIA로 돌아왔지만, 입대 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6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5(239타수 61안타) 1홈런 23타점 13도루. 타격도 문제였지만, 1루수와 중견수 수비에서도 낙제점 수준이었다.
군 제대 후 풀타임을 처음으로 치르는 2024시즌은 최원준에게 중요한 시즌이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074(27타수 2안타)로 고개를 숙였지만, 4월까지 타율 0.333 3홈런 16타점을 기록하며 2021시즌에 좋았던 모습을 재현하는 듯 했다. 그러나 5월 월간 타율 0.230(74타수 17안타), 6월 0.246(69타수 17안타)에 그쳤다. 타순도 상위 타선으로 올라서지 못하고 7번이나 9번 등 하위 타순을 맴돌아야 했다.
그랬던 최원준은 7월 들어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삼성과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9타수 4안타로 타격감을 예열시킨 최원준은 LG와의 후반기 첫 3연전에서는 13타수 7안타로 펄펄 날았다. KIA가 LG와의 3연전을 모두 잡아내는 데는 최원준의 맹활약이 결정적이었다.
3연전의 마지막 경기였던 11일 LG전에서는 빠른 발이 돋보였다. KIA가 3-0으로 앞선 8회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로 출루한 최원준은 1사 후 최형우 타석 때 2루와 3루를 연거푸 훔치며 LG 내야진을 흔들었고, 나성범의 땅볼 때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LG가 9회 맹추격을 시작해 4-2까지 따라왔음을 감안하면 최원준의 득점 1개가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최원준의 7월 타율은 무려 5할(22타수 11안타)로, 7월 이전 0.282였던 시즌 타율도 0.297로 대폭 올랐다. 3할 진입이 눈앞에 보인다.
경기 뒤 수훈선수로 인터뷰에 임한 최원준은 8회 두 개의 도루에 대해 “두 개 다 사인이 나와서 뛴 것이다. 항상 코치님이 사인을 주시는데 오늘은 사인에 맞게 플레이했다”고 말했다.
최근 물오른 타격감에 대해 묻자 최우너준은 “내가 가장 잘 했던 때가 2021년인데, 그 시절에 좋았던 기억들이 많다. 연습 루틴이나 타격 위치 등을 그때와 비슷하게 해보려고 하는데, 그게 잘 먹히는 것 같다. 꾸준히 하면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당시 2위 삼성을 내리 세 번 꺾었던 KIA는 후반기 첫 3연전에서도 2위 LG를 만나 싹쓸이 승리를 거뒀다. 2위 그룹인 삼성, 두산과의 승차는 5.5경기로 벌렸고, 이번 3연전에서 만나기 전에 승차가 3.5경기였던 LG와는 6.5경기까지 벌렸다. 이제는 독주 태세를 갖춘 셈이다.
최원준은 이번 3연전 스윕에 대해 “LG는 디펜딩 챔피언이기 때문에 우리가 우승으로 가는 데 있어 가장 경계하는 팀이다. 스윕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너무 기분 좋다”고 말했다.
시즌 초 9번 타순에 주로 배치됐던 최원준은 최근 페이스가 올라오면서 2번에서 나서고 있다. 최원준은 “타순을 그리 가리진 않는다. 2번은 타석 기회가 많다는 것만 다르다”라고 말했다.
최원준은 1번보다는 2번 타순을 선호한다는 말도 남겼다. 그는 “1번은 아무래도 공을 좀 더 지켜보고 출루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래서 1번으로 나섰던 지난해에 감독님께 ‘1번 타순이 불편하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1번과 2번 중에 고르라면 2번이 더 좋다. 2번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원준에게 올 시즌 개인 목표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개인적은 목표는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타율이나 안타, 도루 등 개인 기록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팀 우승만이 목표다”라고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