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방독에 또 위기 처한 베를린 소녀상… 獨 미테구청 "철거 요청할 것"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독일 방문을 앞두고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처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평화의 소녀상 관할 행정구청인 미테구청이 소녀상 철거 요청 의사를 밝혔다고 11일 보도했다. 소녀상의 설치 허용기한이 9월로 만료되기에 소녀상을 설치한 재독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에 철거를 요구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이미 미테구청은 지난달 18일 소녀상 문제에 대해 “특별허가가 한 차례 연장됐고 이후에는 문구를 수정하는 조건으로 용인(Duldung)하는 상태”라며 “이 협의가 실패해 더 이상 허가를 연장할 수 없다”고 답한바 있다. 소녀상 비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에서 여성을 성노예로 강제로 데려갔고, 이런 전쟁 범죄의 재발을 막으려 캠페인을 벌이는 생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미테구청은 2020년 9월 소녀상 설치 당시에도 이 같은 비문의 내용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철거 명령을 내렸으나 코리아협의회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자 철거 명령을 보류했었고, 소녀상 특별허가를 2022년 9월28일까지 연장했다. 

 

이후로는 사실상 법적 근거 없이 공공장소에 설치된 소녀상을 재량으로 '용인'하고 있다는 것이 미테구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코리아협의회는 구청이 소녀상을 용인하면서 문구 수정을 조건으로 제시한 사실이 없다며 문구가 문제라는 구청의 주장이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소녀상 철거 움직임은 기시다 총리의 방독과 맞물려 있다. 기시다 총리는 나토정상회의 등 방미 일정을 마치고 12일 독일을 방문해 올라프 숄츠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가 2022년 일본을 방문한 숄츠 총리에게 소녀상 철거를 위한 협력을 요청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화답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테구 내부에서 소녀상 철거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미테구의회 문화교육위원회는 지난 10일 소녀상 영구 존치를 보장하고 이를 위해 베를린시 당국 등과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11표, 반대 4표로 가결하고 본회의에 상정했다. 결의안에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 추모시설이 평화의소녀상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돼 있다. 구의회는 2022년에도 소녀상을 존치하고 새로 만들 추모시설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