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고유영토 다케시마” 억지…日 방위백서, 독도 관련 내용과 변화는?

일본 정부가 1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레이와(令和) 6년(2024년)판 방위백서’를 채택했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을 “새로운 위기의 시대에 돌입했다”고 평가하며, 북한은 “종전보다 한층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 중국은 “지금까지 없어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러시아와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 침략과 같은 심각한 사태가 장래 (일본이 위치한) 인도태평양지역, 특히 동아시에 발생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것이 주목된다. 북·러, 중·러 간 군사 협력에 보다 강해진 경계심을 드러낸 것도 눈에 띈다. 

2024년판 일본 방위백서. 

한국과 관련해선 2023년에는 없던 “국제사회에 있어 다양한 과제에 대응하는 파트너로서 협력해 가야 할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긍정적 표현을 넣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층 가까워진 양국 관계를 반영했다. 하지만 방위백서 발간 때마다 논란이 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는 우리나라(일본) 고유영토”라는 억지는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했다. 2005년 이후 꼭 20년째다. 방위백서는 독도 관련 서술, 그래픽 등을 이용해 지난 20년간 이런 억지를 더 자주, 명확하게 조금씩 키워 왔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상 과제”

 

독도를 두고 “우리나라 고유영토” 운운하는 서술은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을 큰 틀에서 정리한 백서의 첫 머리 ‘개관’에 나온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안보상 과제가 많은 지역”이라면서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 중인 북방영토(러시아명 ‘쿠릴열도 4개섬’)와 함께 독도를 “여전히 미해결인 채 존재”하는 문제로 주장했다.

2005년판 일본 방위백서.

2005년 이후 줄곧 이어진 억지인데 그 이전에도 독도를 분쟁대상 지역으로 간주했다. 2004년에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북방영토나 다케시마의 영토문제가 여전히 미해결인 채 존재하고 있다”라고 썼다. 2005년부터 ‘고유영토’라는 표현을 더해 도발수위를 높인 것이다.    

 

2019년 독도 관련 서술이 러시아의 일본열도 주변 군사동향과 관련해 추가된다. 이 해 7월 “(러시아의) A-50 조기경계관제기 1대가 시마네현 다케시마의 영해 상공을 침범했다”고 적었다. 이어 “한국 전투기가 당해 러시아기에 대해 경고사격을 했다”며 “우리나라는 영공침범을 한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기에 경고사격을 한 한국정부에 대해 외교경로를 통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시마네현 다케시마’가 일본 영토이니 그 영공에 침입한 러시아기에 한국정부가 대응한 것이 잘못이라는 논리다. 2020년에도 같은 서술이 보인다.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21년에는 방위 협력, 교류에 대해 설명하며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통보와 함께 “다케시마를 포함한 주변 해역에서의 군사훈련”을 “한국 방위당국에 의한 부정적인 대응”으로 표현했다. 이듬해에도 비슷한 서술이 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한·일정상회담 이후 발간된 2023년 백서에는 빠졌다.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분류하며 안보 불안 요소로 표현한 그래픽.

◆그래픽으로 시각화한 ‘다케시마’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은 지도를 활용한 그래픽에서도 선명하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 고유영토” 운운하는 개관의 첫번째 그래픽 ‘우리나라 주변 안전보장환경’이란 제목의 그래픽이다. 이 그래픽은 “다케시마를 둘러싼 영토문제”를 중국의 해양 진출, 대만 문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과 함께 일본의 주요한 안보 불안 요소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한 페이지 전체에 배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도를 자국 영토라는 억지에 일본이 얼마나 진심(?)인지가 엿보인다. 이 그래픽은 2011년 ‘우리나라 주변 안전보장사상(事象)’이란 제목의 것과 흡사하다. 여기서는 방위정책을 설명하는 보충 자료로서 반페이지 정도 크기로 넣었다는 점이 다르다.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현 일본 자위대 배치 그래픽

또 하나 두드러지는 것이 ‘주요부대 등의 소재지’ 그래픽이다. 육·해·공 자위대의 주둔지를 표시했다는 점에서 독도를 굳이 넣어야 하는 싶은 생각이 든다. 자위대가 없는 다른 작은 섬들이 표시되어 있지만 명칭을 밝히지 않은 것과 달리 독도에는 ‘다케시마’라고 적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의도적으로 그린 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주변 해·공역(海·空域)에서의 감시경계 이미지’란 제목의 그래픽은 자위대가 평상시에도 독도를 주목하고 있다는 걸 강조했다. 백서는 “자위대는 각종 사태에 신속하고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해 평소부터 영해, 영공과 그 주변 해·공역에 대한 정보수집 및 경계감시를 하고 있다”는 설명에 이 그래픽을 맞물렸다. 2011년에 ‘우리나라 주변 해·공역의 경계 감시에 대하여’란 제목의 칼럼에서 비슷한 그래픽이 있는 데 여기엔 독도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독도 영유권에 대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더해왔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방공식별구역(ADIZ)를 설명한 그래픽에도 독도가 ‘다케시마’로 표기돼 있다. ADIZ는 영공 방위를 위해 영공 외곽 지역에 설정하는 공중구역으로 사전에 식별되지 않은 외국 항공기가 자국 영공에 무단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