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복 시급한 중국, 3중전회서 어떤 대책 내놓나 [차이나우]

중국 경제정책 청사진이 제시되는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15∼18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재정·통화·조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위험과 부동산 위기 등이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어떤 경기부양책이 등장할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3중전회에서는 이전과 달리 ‘10년 목표 경제정책’을 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6년 주기의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중간에 열리는 3중전회에서는 통상 5년 경제 정책이 결정돼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20년 집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AFP연합뉴스

◆해 넘겨 열리는 3중전회… 어떤 밑그림 나오나

 

중국에서 새 지도부가 출범 후 세 번째로 열리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를 가리키는 3중전회에서는 통상 중국 지도부의 향후 5년 간 국정 운영의 마스터플랜이 제시된다. 이번 3중전회는 중국이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 막대한 지방정부 부채 등 문제 속에 경제 회복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미국 등 서방과 무역·안보 분야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다.

 

역대 3중전회에서는 중국 역사를 바꿀 만한 조치들이 나왔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주도한 1978년 11기 3중전회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에 마침표를 찍으며 개혁·개방 노선을 공식화했고, 앞으로 당은 경제 발전에 집중한다고 못박았다. 1984년 12기 3중전회에서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청사진이 제시됐고, 1988년 13기 3중전회에선 가격·임금 개혁 방안이 나왔다. 1993년 14기 3중전회에선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의 확립과 국유기업 개혁, 대외 개방 확대 방침이 도출됐다.

 

사진=AFP연합뉴스

‘시진핑 1기’(2012∼2017년) 시기인 2013년 18기 3중전회에서는 ‘전면적 개혁 심화’를 구호 삼아 정부와 시장 관계를 재설정하고, 민영기업 중심 시장 활성화와 부패·토지·호적제도 문제 해결을 모색한 바 있다. 하지만 ‘시진핑 2기’(2017∼2022년) 들어 종전 지도부와 달리 2중전회 한 달 뒤 곧바로 3중전회를 열었고, 경제 정책 방향도 특별히 제시하지 않으면서 개혁·개방 이후 이어진 정치 제도화 흐름과 관례가 깨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관례대로라면 이번 회의는 지난해 가을 열렸어야 했지만 이렇다 할 언급 없이 올해로 미뤄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 당국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과학·기술 혁신 등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 제고와 부동산·내수 활성화를 위한 국채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춰 해법을 내놓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밖에 세제 개편, 은퇴 연령 상향 등이 논의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휘청이는 부동산 대책으로 ‘판자촌 재개발’ 모델 거론

 

이번 3중전회에서는 휘청이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책으로 2015∼2018년 시행된 ‘판자촌 재개발’과 비슷한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당시 판자촌 재개발을 통해 은행들에 3조6000억위안(약 681조원)을 지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경제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3중전회 이후 중국 지방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돈을 인민은행이 얼마나 찍어낼지에 대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 판자촌 재개발 프로젝트가 실시되면 은행들에 당시와 비슷한 돈이 풀려 미분양 재고 10%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조달된다. 또 중국 인구 1.6%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

 

앞서 인민은행은 미분양 주택을 사들일 수 있도록 국영 기업들에 3000억위안(약 56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나섰다. 이는 미분양 주택 재고 1% 미만을 흡수할 수 있는 규모로, 부동산 침체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보다 규모가 큰 ‘빅뱅 해결책’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인민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 완화에 나섰던 2008∼2014년과 비슷한 약 24조위안(약 4542조원) 규모의 ‘돈 찍기’에 나서는 것으로, 이렇게 하면 미분양 주택 약 70%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이런 모험에 나설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인민은행이 유럽 부채 위기 이후인 2009∼2012년 유럽 중앙은행과 비슷한 13조위안(약 2461조원) 규모 자금을 풀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럴 경우 주택 재고의 약 40%를 사들일 수 있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 정도 규모의 양적 완화 역시 부채 급증,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가속화, 국유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 부담이 훨씬 더 커지는 등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5년 계획 아닌 ‘10년 계획’ 세워… 習 추가 연임 포석?

 

중국 당국은 이번 3중전회에서 '10년 목표 경제정책'을 짤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주기의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사이에 열리는 3중전회에서 통상 5년 경제 정책이 결정돼온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으로, 이에 이번 3중전회가 시 주석의 20년 집권과 그 이상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3중전회 개최 일정이 확정되면서 ‘2035년까지’라는 목표가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당 중앙정치국은 ‘진일보한 전면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 원고를 심의할 3중전회에서 “2035년까지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제도를 전면 건설해 이번 세기 중반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을 위한 견실한 기초를 놓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중국이 향후 10년간 대담한 경제·과학기술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세부 정책 논의를 위해 3중전회 일정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10년 목표는 경제에서 사회발전, 국가 건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시 주석의 3번째 임기를 넘어 연장될 예정”이라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2035년까지의 목표 달성을 명분으로 현재 3기 집권 중인 시 주석이 고집한다면 4기 또는 그 이상의 집권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2년과 2017년 18·19차 당대회로 1·2기를 집권한 뒤 2022년 10월 20차 당대회에서 기존의 2연임 초과 불가라는 공산당의 암묵적 룰을 깨고 3기 집권에 성공한 시 주석이 2027년 21차 당대회에서도 물러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주장해온 중국의 미래 발전 해법도 그의 장기 집권을 짐작하게 한다. 고성장을 구가했던 개혁개방 시기 시장경제 해법으로는 중국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시 주석은 좌클릭 성향의 공동부유 정책에 바탕을 두고 중국 경제정책 변화를 추구으며, 이를 위해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차이나우는 ‘중국’(차이나·China)과 ‘지금’(나우·Now)을 합친 제목입니다. 현지에서 중국의 최신 소식을 생생하고 심도있게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