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심의위원회 명단을 공개하라는 야당 요구에 대해 경찰 측이 ‘공개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경찰의 수심위 위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과거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지난해 8월 A씨가 강원경찰청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앞서 A씨는 2022년 4월 강원청이 맡은 한 고소 사건과 관련해 당시 수사심의 결과서와 위원 명단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강원청은 A씨에게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서 수심위원들의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재판부는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 직위 등과 같이 비공개 대상 정보에서 제외돼야 할 사정이 있다”며 비공개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강원청장)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위 정보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강원청 측은 항소했지만, 서울고법은 지난달 이를 기각했다.
수심위는 경찰 수사의 적정성과 적법성 등을 검토하는 기구로, 변호사와 교수 등 외부위원 등이 참여한다. 수심위 의견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경찰은 수심위 의견을 존중해 결론을 내린다.
앞서 경북청이 이달 5일 개최한 수심위에서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고발된 임 전 사단장과 하급 간부 2명 등 3명을 불송치하고, 다른 군 관계자 6명은 송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수사팀은 같은 결론을 내려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한다는 내용의 최종 수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달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은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경북청 수심위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청했지만,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청 예규를 근거로 ‘공개 불가’ 입장을 밝혔다.
윤 청장은 “2019년 검찰의 수심위 명단 공개 거부에 대한 취소 소송이 있었는데 위원 명단은 공정한 심사 업무의 수행을 위해 비공개함이 타당하다, 명단 공개 거부는 적법하다는 내용의 법원 판례가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내용이 알려지면서 야당 측이 반발하자, 윤 청장은 “기존 판결과 조금 다른 내용의 판결이 나온 것을 오늘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제가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