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시대, 벼랑 끝 중기·소상공인 지원 병행돼야 [논설실의 관점]

1.7% 오른 1만30원, 월급기준 209만원
낮은 인상률에도 폐업·고용 불안 우려
업종별 차등 도입하고 결정구조 손봐야

내년부터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어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7%(170원)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월급(209시간 근무기준)으로는 209만6270원이다.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서기는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다락같이 오른 물가에 비춰보면 최저임금 1만원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자영업자 폐업과 취약계층의 고용불안 등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25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0원(1.7%)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 한 음식점에서 직원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상률이 역대 두 번째로 낮다지만 최저임금 수준 자체는 아시아 최고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7년간 최저임금이 52%나 오른 탓이다.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5.8%로 G7(주요 7개국) 평균(2023년 기준 52%)를 크게 웃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감당하기 힘든 인건비 상승이 나 홀로 경영을 강요하며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파이터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최저임금 1.7% 인상 때 4인 이하 소기업 1만1994개가 폐업할 것으로 추산됐다. 앞서 지난해 시급 9620원인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일자리가 최대 6만9000개 사라진다는 분석(최남석 전북대 교수)도 나온 바 있다.  

 

최저임금 사각지대 문제도 악화일로다.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가 301만명으로 1년 새 25만명 늘었다. 전체 근로자의 13.7%에 이른다. 내년에는 최저임금 1만원을 감당하지 못하는 범법자 사업주도 불어날 공산이 크다.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는 해법은 최저임금을 업종별, 규모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이다. 경영계가 음식점, 택시운송업, 편의점 등 3개 업종만은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자고 호소했지만 이마저 노동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주요국 가운데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곳은 우리뿐이다. 미국·캐나다·중국·러시아 등은 지역별로, 일본·호주·스위스 등은 지역별·업종별로 차등적용한다. 이제라도 노동계는 차등적용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가용자원을 동원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가 끝난 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된 최종안 표결 현황판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도 심의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한 채 노사정 갈등과 대립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됐다. 노사가 밤샘 마라톤협상에서 요구안 격차를 최초 2740원에서 900원까지 좁히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1988년 제도 시행 이후 노사 합의로 결정한 사례가 7번에 그치고 2010년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없다. 노사가 각자 제출한 인상률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 공익위원이 마련한 중재안을 표결에 부쳐 정하는 관례가 되풀이됐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산출기준이 없다 보니 올해도 표결결과를 놓고 경영계는 “경영 부담 가중”, 노동계는 “생계비 무시, 수용 불가”라며 반발했다. 

 

38년 전 만들어진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수명이 다한 지 오래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도 “지금 결정체계는 생산적 논의가 진전되기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경제 전반에 대한 다양하고 정확한 통계와 공신력 있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기반 삼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은 소모적 갈등을 줄이면서 최저임금을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하게 정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