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전 세계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올림픽이 열리면서 프랑스 파리 현지 분위기는 날씨처럼 뜨거워지고 있다.
비록 경기장 없는 야외 진행, 선수단 시설 문제 등 여러 구설수가 오르내리고 있지만, 프랑스인들은 파리에서 100년만에 다시 열리는 올림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림픽하면 빠질 수 없는게 기념품(굿즈, Goods)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8 서울 하계올림픽,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호돌이’와 ‘수호랑’을 필두로 하는 다양한 굿즈가 인기를 끌었다.
◆파리 올림픽 마스코트 ‘프리주’
이달 초에 방문한 프랑스 파리는 시내 각지에 올림픽 굿즈 스토어를 설치하고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직접 프랑스의 ‘1번가’로 불리는 샹젤리제 거리(Avenue des Champs-Élysées)에 위치한 올림픽 공식 스토어를 찾았다. 이 곳 말고 수 많은 올림픽 스토어가 있었지만, 굳이 샹젤리제 올림픽 스토어를 찾은 이유는 아무래도 가장 규모가 크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였다.
샹젤리제에 위치한 파리 올림픽 스토어는 목조로 만든 가건물 형태였다. 올림픽이 끝나면 곧 바로 해체해 재활용 할 수 있는 ‘친환경’ 가건물이라고 한다. 여담이지만 방문 기간 만났던 프랑스인들은 친환경에 ‘진심’이었다. 건물의 색은 파리 올림픽의 엠블럼 색상을 최대한 표현했다고 한다.
오전에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인파들이 있었다. 스토어 안에는 다양한 올림픽 굿즈들을 전시해놓고 있었다. 크게 보면 티셔츠나 백팩 같은 의류·잡화, 공식 마스코트 인형, 볼펜이나 마그넷 등 자잘한 기념품으로 구분돼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단연 마스코트 인형이었다. 파리 올림픽 마스코트의 이름은 ‘프리주’(Phryge). 디자인 모티프는 프랑스 혁명 당시 자유의 상징으로 쓰였다는 ‘프리기아 모자’다. 쉽게 생각하면 만화에서 스머프들이 쓰고 있는 모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유·평등·박애가 국가의 이념인 프랑스 답게 자유에 진심인듯 하다.
프리주 인형 중에 특이한 모습을 한 것이 있었다. 다리 하나가 의족이다. 보자마자 쉽게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올림픽 바로 직후에 개최되는 패럴림픽을 기념하는 인형이다. 장애인도 한 명의 사회 구성원이라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끌렸던 프리주 인형은 프랑스 국기 색깔의 선글라스를 쓰고 야무지게 팝콘을 폭식하고 있는 프리주였다. 하지만 가격은 야무지지 못했다. 무려 40유로. 프랑스 방문 기간에 1유로가 1400원 정도 했으니, 5만6000원에 해당되는 가격이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가장 평범하게 생긴 프리주 인형을 골랐다. 평범하다고 해서 가격은 역시 평범하지 않다. 35유로(약 4만9000원).
◆파리 올림픽에 예술을 담았다…‘픽토그램’ 티셔츠와 모자
두 번째로 눈이 갔던 굿즈는 의류였다. 처음에는 올림픽 엠블럼이 프린팅 된 티셔츠를 구매할 생각이었다. 파리 오기 전에 있었던 마르세유에서 봤던 거친 뱃사람이 입고 있었던 티셔츠다. 상남자와 올림픽 티셔츠라니, 뭔가 묘하게 어울렸다.
하지만 결국 고른 건 다른 디자인의 티셔츠였다. 파리 올림픽의 픽토그램들이 모두 프린팅 된 티셔츠다. 착각일 수 있지만 로고들이 빼곡히 그려진게 뭔가 파리 하면 떠오르는 ‘L브랜드’ 패턴과 유사해 보였다.
이번 올림픽 픽토그램에는 사람이 없다. 대신 종목의 경기장 모습과 종목에서 사용되는 도구들을 소재로 제작됐다. 파리 특유의 예술적 감각을 가미했다는게 포인트지만, 예술적인 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시인성 측면에선 도쿄 올림픽 픽토그램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이다.
픽토그램 티셔츠의 가격은 무려 30유로(약 4만2000원). 티셔츠 한 장에 30유로나 주고 사다니 아무래도 소비관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보다 4~5배 비싸게 주고 산 느낌이지만, 무려 올림픽 ‘한정판’이다.
그 다음 선택했던 굿즈는 티셔츠처럼 픽토그램들이 빼곡히 그려진 ‘버킷햇’(벙거지모자)이다. 이 버킷햇은 뒤집어서 다른 색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쓰다가 매너리즘이 올 때 되면 뒤집어서 픽토그램 디자인으로 쓸 수 있다.
모자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큰 머리이기에 구매한 픽토그램 모자는 함께 온 아내에게 전달됐다. 가격은 30유로(약 4만2000원). 이쯤되면 웬만한건 모두 30유로로 담합하지 않았나 싶다.
◆“올림픽 스토어에도 ‘인플레이션’이 찾아왔나…”
구매를 마칠까 하던 중 한 외국인 남성이 열정적으로 한 옷을 시착하고 있었다. 옷의 사이즈를 확인하더니 누가 가져갈까봐 소중히 들고 계산대로 빠르게 사라졌다.
얼마나 마음에 들길래 저럴까 싶어서 그 옷을 찾았는데 개인적으로 여기 있는 남성복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올림픽 공식 파트너인 르꼬끄 스포르티브(le coq sportif)에서 제작한 올림픽 기념 후드였다.
마침 몸에 맞는 사이즈도 딱 한 개 남아있었다. 보통 이 같은 경우 ‘지름신의 계시’라고 한다. 가격은 무려 110유로(약 15만4000원). 후드 상의 치곤 상당히 고가다. 그래, 그냥 르꼬끄 스포르티브 한정팜을 구매한 셈 치고 눈을 딱 감고 집어 들었다.
마지막으로 구매한 물품은 여행 다닐 때 캐리어에 부착하는 명찰(태그)이었다. 예전에 3년 가까이 유도를 배웠던터라 유도 종목을 기념하는 태그로 골랐다. 유도 종목의 경우 이번 올림픽 픽토그램이 잘 뽑혔다는 평이 많은데, 아쉽게도 판매하는 태그는 픽토그램 디자인이 아닌 유도복이 그려졌다. 가격은 12유로(약 1만6800원)
불과 의류 두 벌, 모자 한 개, 인형 한 개, 태그 한 개를 골랐는데 총 금액은 217유로. 한화로 3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비록 상품권 전체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있기 때문에 다른 상품보다 비쌀 수 있다는 점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비쌀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또한 올림픽 스토어 별로 가격 차이는 있는데 ±10% 수준이다. 덕분에 그날 점심은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 올림픽 기간에 프랑스를 방문한다면 ‘한정판’이라 생각하고 올림픽 굿즈 한 두 개 정도는 구입해볼만하는 평이다. 다만 생각없이 집어들다간 수 십만원은 우습게 지출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