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가 된 식량… 가자지구 구호품 약탈·원조 방해로 민간 피해 ↑

9개월가량 이어지는 전쟁에 식량까지 무기가 됐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선 여전히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본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상황실과 무기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피란하려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소지품과 함께 차 위에 올라탄 채 납작하게 구운 빵을 먹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하마스 테러분자들이 UNRWA 본부를 요새로 만들어놨다”며 폭발물 무기 제조에 사용한 지하 연구실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계속된 갈등 상황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주민들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자지구는 기아 사태가 임박했다. 주민 중 약 50만명이 ‘재앙적 식량 부족’으로 인해 굶주리고 있을 정도다.

 

유엔의 기아 감식 시스템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 보고서를 살펴보면 현재 가자지구 내 아동과 성인 약 74만5000명은 IPC 식량 위기 4단계인 ‘비상’에 처해있다. 

 

IPC는 식량 위기 단계를 정상, 경고, 위기, 비상, 재앙·기근 등 5개로 분류한다. 보고서는 상황이 즉각 개선되지 않는다면 가자지구 내 모든 아동은 최악의 단계인 ‘기근’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적대 행위로 가자지구 내 식량은 무기가 됐다. 가자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호 단체들에 따르면 현재 식량 부족으로 인해 기아와 영양실조가 크게 늘었다. 전쟁이 발발한 후 이스라엘이 인도주의 지원을 차단하며 지난해 10월부터 5월까지 가자지구를 진입한 트럭 숫자가 하루 평균 75% 감소했다.

 

7명의 가족이 지난 2개월 동안 밀가루 1포대와 통조림 몇 캔으로 버티는 현실이다. 한 주민은 자신의 딸이 휴대폰에 있는 음식 사진을 보며 “천국에선 굶주리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가 인도주의 지원품을 빼돌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하마스 측은 “터무늬 없는 거짓”이라며 반발한다. 가자지구 하마스 공보 부국장 이스마엘 타왑테흐는 일부 약탈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스라엘 때문에 절박해진 소수의 일탈 행위라고 반박했다. 

 

IPC는 식량을 구하기 위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이 점점 더 고통스러워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IPC는 가자지구 내 절반가량의 주민들은 식량을 사기 위해 “옷을 팔거나 쓰레기를 주워 판다”고 밝혔다. 가구의 20% 이상은 24시간 이상을 굶는 상황이다.

 

지난 3월에도 IPC는 가자지구 기근 발생 위험을 경고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굶기기 학살’을 중단하도록 긴급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ICC는 지난달 이스라엘에 공격을 ‘즉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면서 인도주의 지원을 위해 육상 통로를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