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선 후 1주일 지나도록 새 총리 ‘오리무중’

극좌는 멜랑숑, 사회당은 포르 각각 선호
“나를 총리로” 멜랑숑 외침에 호응 적어
올림픽 끝날 때까지 현 정부 유임 가능성
일각선 “정치색 없는 관료형 정부 바람직”

프랑스 하원의원 총선거가 끝난지 1주일이 돼간다. 하지만 어느 세력도 하원 원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총선 민심을 반영할 새 정부 출범은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다. 총선에 패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중도당 정부가 한동안 국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프랑스 극좌 정당인 LFI의 장 뤽 멜랑숑 대표. 하원 총선에서 좌파 연합이 승리한 후 의석수를 근거로 총리 자리를 요구하고 나섰으나 호응은 적은 편이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당분간 총리로서 내각을 이끌 뜻을 밝히며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나 극좌 성향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 소속 의원들이 내각의 일원이 되는 일만은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프랑스 헌법에 따라 중앙부처 장관은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약 1주일 전인 지난 7일 실시된 총선 결과 LFI를 비롯한 좌파 정당들의 연합체 ‘신인민전선’(NFP)이 193석을 얻으며 하원 1당으로 올라섰다.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중도당은 164석으로 2위, RN은 143석으로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집권 여당이 참패하며 여소야대가 된 것은 확실한데, 문제는 하원 전체 577석의 과반(289석 이상)을 확보한 세력은 없다는 점이다.

 

일단 의석수가 가장 많은 NFP가 ‘정권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는 물론 극좌 정부의 출현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NFP 내부의 최대 세력인 LFI에 경각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장 뤽 멜랑숑 LFI 대표가 같은 좌파 정치인들조차 꺼리는 비호감 정치인이란 점과 무관치 않다. 극렬 좌파 인사인 멜량숑은 앞서 의석수를 앞세워 “내가 총리가 돼 새 정부를 꾸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NFP에 속한 다른 정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다.

 

프랑스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왼쪽)와 사회당 소속으로 2012∼2017년 대통령을 지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은 포르를 차기 총리 후보로 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역시 NFP의 일원인 사회당은 올리비에 포르 대표를 밀고 있다. 비록 의석수는 LFI보다 적지만 사회당은 과거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같은 거물 정치인들을 배출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사회당 관계자는 AFP에 “LFI가 총리 후보자라며 멜랑숑 등 4명의 이름을 제안했으나 모두 LFI 안에서조차 논란이 되는 인물들”이라고 밝혔다. 다른 사회당 관계자는 “포르냐 멜랑숑이냐, 그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NFP는 주내 총리 후보자를 정해 마크롱 대통령에게 임명을 촉구하려면 계획을 보류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 구성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을 인정했다. AFP는 정치 분석가들의 전망을 인용해 오는 26일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는 현 정부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미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아탈 총리가 비록 시한부이나마 당분간 정부를 이끌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편 RN은 “좌파와는 함께할 수 없다”며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세바스티앙 슈뉘 RN 대변인은 지금의 교착 상태와 관련해 “정치 색채를 완전히 지운 순수 행정 전문가들로 정부를 꾸리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