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30대 이후부터 듣는 세포, 즉 청세포가 조금씩 퇴화합니다. 청신경의 기능도 같이 떨어지면서 나이가 들어서 발생하는 것이 노인성 난청입니다. 이런 노인성 난청과 시끄러운 소리에 지속해서 노출돼 발생하는 소음성 난청의 원인이 확실한 반면, 돌발성 난청은 복합적입니다. 돌발성 난청의 10명 중 6∼7명은 난청이 더 심해지거나, 회복이 안 된 채 청력이 상태가 유지됩니다. 중요한 것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돌발성 난청의 예후는 치료 시기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점입니다.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가 있을 경우 일주일 이내에 진단받는 것이 좋습니다.”
최준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1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난청의 종류 중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성 난청’은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돌발성 난청은 2∼3일 이내에 갑작스럽게 발생해 순음청력검사에서 3개 이상 주파수에서 30데시벨(㏈) 이상의 청력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이른다.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데시벨이 들리는 정도가 25㏈ 이하라면 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이 정도는 새소리, 시냇물 소리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만약 25∼40㏈이라면 경도, 40 초과 70㏈ 이하는 중등도, 70 초과 90㏈ 이하는 고도 난청이다. 90㏈을 초과하는 경우는 사실상 상당 부분 청력을 잃은 상태다.
최 교수는 “바이러스 감염과 혈액 순환 문제를 두 가지 주요한 원인으로 보지만, 100명 중 1명꼴로는 청신경 종양이 돌발성 난청의 원인이 되는 만큼 감별을 위해 MRI를 찍게 된다”며 “실제 청신경 종양의 10∼20%에서 난청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귀 방향·발생 시기·귀 먹먹함·이명·어지럼증 등의 동반 증상 유무, 중이염 등 다른 귀 질환 여부, 기타 기저질환 등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혈액 순환 개선제, 스테로이드 제제 등을 사용한다. 고막 안쪽에 스테로이드를 직접 주사하거나 수술적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당뇨 환자의 경우 경구약이 전신에 영향을 미쳐 혈당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직접 주사를 권한다.
“10명 중 3∼4명은 회복합니다. 이 회복에는 기존 청력으로 100% 회복도 포함되지만, 청력이 떨어졌을 때보다 일부 회복한 것도 포함됩니다. 문제는 나머지 60∼70%입니다. 이 중 절반은 청력이 떨어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나머지 절반은 더 나빠지기도 합니다.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는 이 때문에 중요합니다. 7일 이내에 난청 치료를 받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예후에서 차이가 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0년 5만4350명이던 돌발성 난청 환자 수는 지난해 11만429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젊은층에서도 빈발한다. 지난해 20∼30대 돌발성 난청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만7602명으로 25%를 차지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돌발성 난청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보고도 있긴 했지만, 이후 대규모 역학에서 이게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것이라는 견해가 높다”며 “건강과 질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돌발성 난청의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혈액 순환과 바이러스 감염이 주요 원인인 만큼 규칙적인 운동, 금연, 금주 등으로 건강 관리를 하며 이어폰을 청결하게 사용하며 볼륨도 낮춰서 듣는 것이 도움된다.
“소음 노출이 돌발성 난청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소음 노출이 쌓이다 보면 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밖에도 바이러스 감염을 피하고, 혈액 순환에 영향을 주는 술 담배를 금하면서 당뇨 등 질병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귀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