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15㎝땐 차량진입 자동 차단 지하차도 벽면 노란 손잡이 눈길 구명조끼 등 ‘구조장비함’도 구비 미호강 제방 인근은 여전히 공사
유가족, 사흘간 희생자 추모 순례 생존자 등 이야기 담은 책 발간도 檢, 책임·원인 규명 수사 진행 중 충북지사·청주시장 기소여부 관심
인기척 없는 지하차도에는 환한 불빛만이 고요를 흔든다. 충북 청주시 미호강 제방 쪽에는 1년 전 그날 보이지 않던 굴착기 여러 대가 분주하다. 오송 참사 1주기를 이틀 앞둔 13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앞에는 커다란 진입차단시설이 대문처럼 서 있었다. 지하차도 내 수위가 15㎝를 넘기면 작동되도록 설계됐다. 기둥엔 관리기관과 비상연락처가 적혀 있다.
지하차도 입구에 들어서자 지하차도 벽면에 두 줄의 노란색 구명봉(안전손잡이)가 눈에 들어온다. 지상에서 150㎝, 270㎝ 높이에 설치됐다. 안전손잡이 중간중간에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벽에 달렸다. 곳곳에 설치된 수난인명구조장비함이 눈에 띈다. 구명용 조끼와 튜브, 밧줄 등이 들어있었다. 장비함 앞 안내문에 “당신의 작은 관심이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는 문구가 가슴을 후벼판다.
1년 전 7월15일 오전 8시30분쯤 궁평2지하차도에 수만t의 흙탕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지하차도는 10여분 만에 흙탕물에 잠겼다. 747번 급행 시내버스 승객 등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원인으로 꼽히는 미호강 제방 인근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하천 폭을 350m에서 610m로 넓히고 홍수 발생 시 하천 최고 수위를 최대 0.67m 낮추는 내용이다. 14일 충북도에 따르면 애초 지난달 30일이었던 지하차도 재개통은 무기한 연기했다. 지하차도 안전 및 구조 시설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송 지하차도 현장을 둘러본 결과 보완할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오송참사유가족·생존자협의회,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궁평2지하차도에서 참사 1주기 추모 주간을 선포하며 사흘간 강내농협에서 청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7.6㎞를 걷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 기억과 다짐의 순례’를 진행했다. 이 구간은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747번 급행버스(KTX오송역~청주국제공항)가 다니던 구간이다.
유족들과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320쪽 분량의 ‘나 지금 가고 있어’ 기록집도 발간됐다. 기록집 제목은 오송 참사 희생자의 마지막 목소리에서 옮겨왔다. 기록단 관계자는 “오송 참사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시민들에게 닿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재난으로 피해를 본 모든 이들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송 참사의 책임과 원인을 규명 중인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미호천교 제방 공사 관련 현장소장과 감리단장 2명은 최근 1심에서 징역 7년6개월과 징역 6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청주지검은 충북도와 청주시,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공무원 34명과 시공사 감리단 직원 6명도 기소했다. 법인 2곳도 재판에 넘겨졌다.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 등의 기소 여부도 관심사다.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 시민단체 등은 지난해 김 지사와 이 시장 등을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4월과 5월 이 시장과 김 지사를 소환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