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하고 아름다운 몸짓들… 명작들의 감동 되살아오네

‘2024 발레스타즈’ 공연 리뷰

여러 발레 작품 속 주요 장면 모아 선보여
환상적 군무로 마무리 ‘커튼콜’도 감동적

‘2024 발레스타즈’ 공연이 열린 13일 저녁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유럽 주요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무용수들과 20세 안팎의 차세대 발레 스타들의 멋진 춤과 연기에 1800석 규모 극장을 가득 채운 남녀노소 관객은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특히 대미를 장식한 영국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상은(38)의 ‘빈사의 백조’는 숨을 멎게 할 만큼 처연하고 아름다웠다.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와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페 발레단 수석무용수를 거친 이상은은 명성에 걸맞은 무대를 보여줬다. 큰 키(182㎝)에도 유연한 균형과 섬세한 몸짓, 애절한 연기로 죽음을 눈앞에 둔 한 마리 백조를 고스란히 표현했다.

커튼콜 무대 역시 감동적이었다. 국악인 송소희가 부른 방탄소년단(BTS)의 ‘봄날’이 배경 음악으로 깔리고 이상은과 전민철(20)에 이어 모든 출연진이 돌아가며 인상적인 남녀 2인무(파드되)를 짧게 춘 뒤 환상적인 군무로 마무리했다. 한 차례 공연밖에 하지 않아 더 많은 관객이 보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13일 성남아트센터 ‘2024 발레스타즈’ 무대에서 영국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상은이 ‘빈사의 백조’를 공연하는 모습. 성남문화재단 제공

성남문화재단이 2020년 시작해 올해 5회째인 ‘발레스타즈’는 국내외 유명 발레단 무용수들이 참여해 여러 발레 작품 속 주요 장면을 모아 선보이는 갈라 공연이다. ‘호두까기 인형’, ‘해적’, ‘로미오와 줄리엣’ 등 국내 팬들이 좋아하는 클래식 명작부터 ‘라 실피드’와 ‘지젤’ 등 낭만발레의 대표작, ‘발레102’, ‘풍(風·바람)’, ‘바흐 모음곡’ 등 현대발레와 창작발레까지 다양하다.

이번에는 이상은, 핀란드 국립발레단 종신단원 강혜지와 마틴 누도, 폴란드 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정재은과 료타 키타이, 노르웨이 국립발레단 고영서와 수석무용수 리카르도 카스텔라노가 자리를 빛냈다. 전민철과 이예은(19), 이윤주(20), 이강원(19), 이승민(19), 박건희(18), 손민지(18) 등 한국 발레의 미래들도 함께했다. 이 중 전민철은 최근 명문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오디션에 통과해 내년 2월 솔로이스트로 입단해 기대가 크다. 이예은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명문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POB) 오디션에 합격해 9월부터 정단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