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총기 테러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오후 6시10분쯤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총기 습격을 받았다. 총성이 몇 차례 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갑자기 오른쪽 귀를 만지면서 몸을 숙였고 이어 비밀경호국 경호원들이 단상으로 뛰어올라 그를 에워쌌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테러행위로, 어떤 이유나 명분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탄이 귀 윗부분을 관통했을 뿐이라고 하니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마터면 꼭 2년 전 일본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선거 지원 유세 중 총탄에 맞아 숨진 것과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총기 소유가 합법화해 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총기 사건이 일어나는 미국이 아닌가. ‘펜실베이니아 출신 공화당 등록 당원인 21세 백인 남성’으로 알려진 저격범은 현장에서 사살됐고 청중 1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저격범은 120m가량 떨어진 유세장 바깥 건물 옥상에서 AR-15 반자동 소총으로 저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일 전문 스나이퍼 소행이었다면 세계사적 중대 사건이 벌어졌을 것이다.
피습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른쪽 뺨에 피가 흐르는 채 오른 주먹을 불끈 쥐어 결의를 보인 장면이 지지층을 더욱 결집하고 있다고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고 진보와 보수 진영을 가릴 것 없이 성명을 내 폭력을 비난하고 쾌유를 기원했다. 각국에서도 정치테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저격범이 공화당원이라서 정확한 범행 동기는 조사해 봐야겠지만, 증오정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지 오래다. 11월 대선도 훌륭한 후보가 아니라 덜 나쁜 후보를 뽑는 선거라는 자조가 나오는 상황이다. 대결과 혐오의 정치 토양에서 극단 행동의 싹이 텄을 공산이 크다.
우리 국민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흉기 테러를 기억하고 있다. 그만큼 이번 테러사건이 주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더불어 미국과 우리 정치상황이 오버랩되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비전과 미래를 놓고 경쟁하기보다 극성 지지층과 팬덤을 기반으로 하는 비호감 정치나 펼치는 게 우리 현실이 아닌가. 미국이나 우리나 정치인들부터 각성해야 한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갈등과 분열이나 조장할 게 아니라 서로 타협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진정한 지도자가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