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보면 안쪽에 달린 가죽 태그(tag)가 정품보다 좀 두꺼워요. 시리얼넘버(고유번호)는 글씨 크기가 좀 크고요. 지퍼 고리도 정품보다 광이 더 나는 편이에요."
중고명품 플랫폼 구구스에서 17년째 근무하고 있는 오지선(39) 감정등록팀장은 지난 11일 강남 본사 사무실에서 가품으로 판명된 가방을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정품 가격이 400만원대인 이 가방은 대중적으로도 인기 있는 모델로 브랜드 로고로 디자인된 천이나 금장 장식, 가죽 위 바느질 등이 정교했다. 겉으로 보기에 가품으로 의심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잘 만든 가품'이라고 했다.
오 팀장은 "기본적으로 제품 원산지나 시리얼넘버가 있는지를 확인한다"며 "예를 들어 대부분 제품이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어떤 모델의 원산지가 이탈리아로 적혀있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생산됐다고 하면 가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최근에는 실제 중국에 생산라인을 둔 명품 브랜드들이 많아 이것만으로 가품을 의심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교한 가품은 시리얼넘버나 원산지 등 기본적인 요소를 정품과 동일하게 만들어내기 때문에 제작 시기별 소재, 바느질 간격, 각인 크기·위치 등 세밀한 부분도 살펴봐야 한다. 똑같은 가죽을 사용하는 제품이어도 생산 시기에 따라 가죽 부드러움이 다를 수 있고, 바느질 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이다.
오 팀장은 "가품은 보통 최신 제품을 만드는데 구성품을 몇 년 전 것을 쓰는 경우가 있다"며 "감정을 한 2022년에 출시된 한 제품은 2020년도에 쓰던 알파벳 로고가 새겨진 지퍼 고리가 달려있었다. 하지만 이 제품 정품에는 무늬가 없는 지퍼 고리가 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작업으로 브랜드 이름을 새기는 정품의 각인을 확대해 보면 주변이 지저분한데, 공장에서 찍어낸 듯 깨끗한 경우 오히려 가품을 의심하기도 한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에는 가방뿐 아니라 의류에서도 가품을 발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오 팀장은 "의류는 소재나 세탁법이 표기된 태그에 한국어 맞춤법이 엉망인 가품이 많아 맞춤법을 가장 먼저 확인한다"며 "'드라이'를 '디라이', '드리이'라고 글자를 하나씩 잘못 쓴 제품은 제조 과정에서 번역이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 가품들이다"라고 설명했다.
명품업계에서는 가품이 점점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경계하고 있다. 일부 브랜드는 홀로그램(입체로 보이는 3차원 영상이나 이미지),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 등을 정품 인증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를 모방하거나 도용하는 가품들도 나오고 있다.
오 팀장은 "비교적 저렴한 지갑을 정품으로 구매한 뒤 홀로그램을 떼어내 가품 가방에 재부착한 방식도 한동안 많았다"며 "가방이 지갑보다 비싼 만큼 고가에 가품을 판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어 "제품 주변에 스마트폰을 가져가면 식별 정보를 알 수 있도록 NFC 기술을 도입한 브랜드 모델도 있다"며 "가품 중에서 NFC 인식은 되는데 제공되는 정보가 정품과 다른 경우들이 있었다"고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체감상 가품은 늘어나고 있고 정교해지고 있다"며 "개인 간 거래에서 유명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한다면 가품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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