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의 마지막 행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삶의 이런저런 난관에 부딪히며 몸도 마음도 얼어붙을 때마다 “참깨순, 참깨순, 참깨순” 중얼거리는 나를 본다. 참깨순이라니. 참깨순이 자라는 밭 같은 건 구경해 본 적도 없지만, 반복해서 “참깨순”을 외다 보면 잠시나마 어떤 파릇한 힘이 솟는다. 꼭 무슨 구호 같기도 하다. 힘을 내자고, 한 번 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자고, 스스로를 북돋는 구호.
얼마 되지 않는 생존율을 가늠하며 병실에 누워 밤새 앓다가도 아침이 되면 “참깨순 나왔어?” 묻는다는 것. 이 마음의 근저에는 무엇이 움트고 있을까. 이처럼 끈질기게 삶을 추동하는 에너지를 대체 무엇이라 명명해야 할까. 감히 알은체할 수 없지만, 나는 좋아한다. 깊이 경애한다. 병실에 “쟁쟁하게 솟아나는” 참깨순. 무균실에 둥실 떠오르는 산 사람의 목소리.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