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광화문에 조성하겠다고 밝힌 ‘국가상징공간’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초대형 태극기를 둘러싼 논란도 그렇고, “갑자기 뜬금없이 국가상징공간을 만드느냐”며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애초 서울시가 예시도에서 제시한 태극기 게양대의 높이나 표현에 대한 논란을 넘어 국가상징공간의 필요성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의의가 있다.
세계적 컨설팅 기관인 ‘레저넌스 컨설턴시’의 ‘2024 세계 최고의 도시’ 순위에 따르면 서울은 글로벌 톱(top)10 도시다. 살기 좋고, 여행하기 좋고, 투자하기 좋은 서울의 위상을 증명하듯 수많은 외국인이 서울을 찾고 있다. 만일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간이 어디인지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답변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은 어디일까. 국민 대다수가 공통적으로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선뜻 떠올리긴 어려울 것 같다. 그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상징공간에 대한 국민들의 심도 있는 관심과 논의가 부족했던 건 아닌지, 우리 국민이 갖는 국가에 대한 정체성의 표현이 흐릿한 건 아니었는지 같은 불편한 질문이 이어진다.
약 250년의 짧은 역사와 다민족 국가인 미국이 세계 1위 강대국이 된 배경에는 국가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1776년 토머스 제퍼슨의 독립선언서 선언 이래 1991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을 국가상징공간으로 계획하고, 실천적 장치를 마련했다. 랑팡계획과 맥밀란계획의 ‘전통성’과 국가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장소성’의 의미를 완전히 실천하고 유지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미국민의 정체성 확립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이인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도원건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