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金 여사 조사만 남긴 ‘명품백’ 수사, 李 총장 임기 내 종결해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 안팎에선 사실상 김 여사 본인 조사만 남았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이원석 검찰총장 임기가 2개월가량 남은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은 그 안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김 여사 및 대통령실 측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검찰 수사팀은 2022년 9월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명품 가방의 실물 확보를 위해 김 여사 측과 절차 등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검찰 수사에 임하는 대통령실의 태도가 석연치 않다. 김 여사를 보좌했던 한 행정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당일 오후 최 목사에게 가방을 돌려주라고 내게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행정관이 그대로 따랐다면 문제가 안 됐을 텐데 “다른 업무 등을 처리하느라 깜빡하고 가방을 돌려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영부인의 지시를 행정관이 깜빡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검찰이 김 여사 본인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



수사를 지휘하는 이 총장은 오는 9월 15일 2년 임기가 끝난다. 그는 지난달 초 김 여사 수사에 대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직접 검찰청에 출석하는 소환조사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러 정황상 김 여사 측은 소환조사보다는 서면조사나 검찰청사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이뤄지는 방문조사 등을 선호하는 듯하다.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공개리에 검찰청사로 불러 조사한 전례가 없으니 검찰로서도 부담스러울 법하다. 중요한 것은 조사의 내용이지 형식이 아니다. 이 총장은 임기 만료 전에 이 사건만은 반드시 매듭짓는다는 각오 아래 수사팀과 협의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길 바란다.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일이나 영부인의 지시가 실무자 선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영부인을 보좌하는 공적 기구로서 제2부속실 부활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윤 대통령은 올해 2월 KBS 신념 대담에서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벌써 5개월 넘게 지났는데 그 검토가 과연 이렇게 오래 걸릴 사안인가.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