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 이후 한반도 안보 정세의 긴장 국면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평양에서 만나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고 군사동맹을 사실상 복원했다. 앞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전파교란 도발에 대응한 한국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무효화 선언으로 접경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 위험도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학 총장 집무실에서 만나 북·러 신조약과 남북관계, 미국 대선 전망 등을 들어봤다. 양 총장은 북·러가 맺은 신조약은 “1961년 조·소체제의 부활”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러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이에 대응한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되면 한반도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서는 일부 불가피한 부분이 있더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또는 핵추진 잠수함 등 첨단무기 기술 이전에는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북한의 예상 도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군사적 도발보다는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GPS 전파교란이나 사이버 테러와 같은 저강도 도발을 예상했다.
1989년 경남대학교 행정대학원 북한학과로 출발한 북한대학원대학교는 2004년 정식 설립인가를 받아 올해 창립 20년을 맞았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북한학 전문대학원으로 관련 연구자와 전문가 양성의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하반기 북한 도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연례적으로 한·미 연합훈련 시기에는 북한이 항상 강경하게 맞대응했다. 8월 위기설이 걱정된다. (8월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자유의방패(UFS) 연습이 예정돼 있다.) 또 하나는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시위를 하겠다고 북한이 예고한 상황이다. 여기에서 ‘새로운 형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중요한 대목이다. 예를 들어 대남 확성기로 맞대응을 한다거나, 또는 우리 쪽 확성기에 고사총으로서 포격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모두 과거의 형태다. 북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형태의 도발과 무력시위는 결국 사이버 테러로 생각된다. 대상은 정부기관, 공공기관 민간기관을 다 포함한 것이며, 이런 기관에 대해 사이버 테러를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GPS 공격까지 하지 않을까 예상할 수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을 예로 들어보자. 3분 단위로 항공기 이착륙이 이뤄지는 곳이다. 여기에 GPS 공격, 사이버테러를 하면 굉장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목적은 결국 우리 국민의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미 대선이 임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우리의 대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는 도전과 기회 요인이 모두 상존한다. 경험적으로 미·중관계가 좋으면 남북관계도 좋아졌고, 미·중관계 악화하면 남북관계도 악화한 사례가 많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을 상당히 견제할 것으로 본다. 그 견제에 있어서 중국이 맞대응한다면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도전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 집권 기간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세 번의 만남과 27통의 러브레터가 있었다. 특히 두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라는 접근방식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아마 가장 우선순위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일 것이다. 그다음 두 번째가 한반도 비핵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국민으로는 기회 요인이다. 정부는 향후 우리의 운명 결정에서 패싱당하지 않도록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북·미대화를 예측한 상황에서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북·중관계가 심상치 않다. 우리가 그 틈새를 이용할 방안은.
“틈새 전략을 시작하고 성공하려면 국익이란 큰 틀 속에서 실용외교, 균형외교라는 정책기조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윤석열정부는 계기마다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우리와 더 중요해서 우리 쪽으로 더 신경을 쓰고 우리 쪽으로 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만약 시 주석이 방한한다면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올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현재 정부가 힘이 많이 빠졌을 때라고 본다. 친구를 적으로 만드는 건 외교에서 0점짜리다. 한·중관계 복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 다만 쉽게 복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대학원대학교가 창립 20년을 맞았다. 우리나라만이 가진 북한학이 걸어온 길과 의미는.
“북한학은 완결판이 아니고 발전과정에 있다. 대학에 북한이란 용어를 쓰기가 쉽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과 남북관계가 변화가 온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대학원대학교라는 이름을 건다는 것은 경영자측 의지, 구성원의 열정, 학생의 열의 없으면 어렵다. 학교의 출발은 1972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였다. 출발 당시엔 북한학과가 어디에도 없었고, 남북관계 부침에 영향을 받아왔다. 한국연구재단에서 공개되는 프로젝트가 과거엔 350여개 가운데 북한학 관련은 최소 20개 정도는 됐다. 지금은 2개 정도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북한학 관련 연구지원이 없어지고 프로젝트도 없어지면 북한에 대한 연구 열의가 떨어지고 북한, 동북아 관련 연구 성과도 줄어든다. 북한학은 특이성이 있는 학문이다. 통일문제와 민족문제, 평화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관계와 무관하게 우리에게 북한학 연구와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세계 각지에서 학생들이 모인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홍콩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비행기를 타고 수업에 오는 학생이 있었다. 국제기구 종사자들도 많이 온다. 주한 일본대사관 직원들은 매학기 반드시 한두명씩 포함된다. 종교단체, 시민단체, 육·해·공군 등 각 분야에서 모인다. 교수가 방향을 잡으면 각자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들인 학생들의 토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북한대학원대학교는 남북관계의 광풍이 몰아쳐도 반드시 헤쳐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