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의 극언, 비아냥 같은 ‘증오 정치’가 당원들의 토론장이 돼야 할 7·23 전당대회를 사생결단의 싸움터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후보들의 ‘네가 당선되면 당이 망한다’는 식의 적대적 태도가 미래 비전에 대한 논의를 막고, 당원·지지자들 간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강성 유튜버’를 매개로 한 ‘팬덤 정치’ 현상까지 고개를 들면서, 전당대회 이후 심리적 분당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와 관련해 대표·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후보 전원에게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당시 한동훈 후보의 연설 도중 원희룡 후보 지지자가 “배신자”, “꺼져라”를 반복적으로 외쳤고, 한 후보 지지자들이 이에 맞서는 과정에서 의자를 집어 던지려 하는 등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연설회장 밖에서도 주먹다짐을 벌였다.
선관위는 공문을 통해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해 매우 유감”이라며 “선거운동원들과 지지자들에게 전당대회의 의미를 분명하게 안내해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관위는 또 폭력 사태 당사자 3명에 대해 합동연설회장 출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후보들은 폭력 사태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며 이마저도 네거티브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 후보는 TV조선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지지자가 난동을 부렸다는 데 대해 “저희 지지자인지 다른 지지자인지 알 수 없다”며 “한 후보를 지지하는 유튜버가 원 후보를 지지하는 걸로 보이는 사람들을 폭행하는 영상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채널A 유튜브 채널에서 “원 후보 지지자들이 저에게 그렇게 연설 방해를 했던 것은 맞다”며 “나중에 보니까 좀 계획하고 와서 난동을 피운 거더라”라고 주장했다. 두 후보는 폭력 사태의 진상을 밝혀달라며 선관위에 수사 의뢰를 요구했다.
나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의 출마 자체에 엄청난 분열과 파탄의 원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여기에 원 후보의 황당하기 짝이 없는 헛발질 마타도어, 구태한 네거티브가 기름을 끼얹었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는 채 상병 사건 특검 도입과 김건희 여사 문자 사건 등으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했고, 원 후보 역시 공약과 비전보다 한 후보에 대해 의혹 제기에 몰입하며 상호 비방과 난타전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폭력 사태의 당사자들이 각 후보의 일정을 실시간 중계하는 유튜버들로 알려지면서 ‘정치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강성 유튜버들의 폐해도 지적된다. 해당 유튜버들을 포함해 각 후보를 지지하는 강성 유튜버들의 채널에는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지지자들은 실시간 댓글 등을 통해 상대 주자에 대한 비방, 욕설을 주고받고 특정 정치인의 개인 핸드폰 번호를 공개하는 등의 ‘좌표 찍기’ 행태도 벌이고 있다.
이 정치평론가는 “유튜버는 혐오의 정치를 비즈니스에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며 “사고를 쳐야 조회 수가 높아지고 그래야 돈벌이가 된다”고 꼬집었다. 정치인과 강성 유튜버가 사실상 공생 관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자기 팬덤이 필요한 정치인들은 강성 지지층들을 업고 있는 유튜버를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