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신탁 아파트 500여명에 부당 임대한 전세사기 일당 10명 기소

임대 권한이 없는 담보신탁 된 아파트를 서민들에게 임대해 수십억원의 보증금을 가로챈 아파트 시공사 대표와 임대법인 운영자 등 일당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들은 아파트를 담보로 이미 대출받고 그 재산권을 신탁회사와 금융기관으로 넘겨준 상태인데도 내 집 마련이 절박한 서민 등 500여명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뒤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지방검찰청사 전경.

전주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보영)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아파트 시공사 대표 A(69)씨를 구속 기소하고 범행을 도운 임대법인 운영자 B(60)씨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전북 완주 지역에 신축 공급한 아파트에 대한 담보신탁으로 사실상 소유권이 수탁사에 이전됐는데도 임대 권한이 있는 것처럼 속여 2018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임차인 289명으로부터 보증금 합계 21억573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아파트 담보가치를 부풀려 추가로 대출을 받기 위해 아파트 시공사 직원과 임대법인 사업자 등과 짜고 매매대금을 허위로 올린 ‘업 계약서’를 작성해 83억원가량을 부당 대출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B씨 등은 임대법인,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면서 2019년 8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신탁회사 동의 없이 아파트를 임대법인 명의로 임대하면서 정상적인 임대차 거래로 속여 임차인 114명으로부터 보증금 총 6억97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범행에는 무허가 보증보험업자들까지 가세해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24억1000만원 상당의 임차보증금 반환채무 보증서를 발급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임차인들 대부분은 부동산 계약에 익숙지 않은 대학생이나 은퇴한 노년층, 외국인 노동자 등 서민층으로 확인됐다.

 

A씨 등은 아파트가 담보신탁 돼 소유자인 신탁사가 입주자의 퇴거를 요구하면 쫓겨나고 보증금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아파트가 신탁돼 있어 안전하다”고 계약자들을 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기존 담보신탁 재출금과 보증금 반환 채무를 갚는 일명 ‘돌려막기’ 수법을 되풀이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해당 아파트 시공사와 임대법인 운영진은 자기 자본 없이 주택 분양·임대 사업에 나서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의 사기 행각은 2018년 11월 시공사의 부동산 담보신탁 대출로 아파트 소유권이 신탁회사와 금융기관에 넘어가면서 시작됐다”며 “특히 시공사는 물론 임대법인과 공인중개사, 무허가 보증보험업체의 공모로 임차인들을 속여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신탁회사는 뒤늦게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임차인들에게 퇴거 안내문을 발송하고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조처에 나서 임차인들은 강제 퇴거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3월 경찰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아 ‘전세 사기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압수수색 등을 통해 조직적인 범행을 추가로 밝혀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한 처벌을 받고 임차인들이 피해를 원만히 회복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도 서민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전세 사기 사범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