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 시도 끊이지 않는 이유… 미국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

2030 중심으로 ‘클럽용 마약’ 수요 증가

올해 상반기 국경단계에서 마약이 하루 평균 2건 차단돼 적발 건수가 작년 상반기보다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g 이하 소량의 마약 밀수가 증가하면서다. 국제우편을 활용한 마약 밀수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필리핀과 코카인, ‘엑스터시’로 불리는 MDMA의 적발 중량이 증가했다.

 

관세청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24년 상반기 마약밀수 단속 동향’을 17일 발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경단계에서 마약은 362건(298㎏) 적발됐다. 하루 평균 2건, 1.6㎏에 가까운 마약밀수가 차단된 셈이다. 적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반면 적발 중량은 10% 감소했다. 관세청은 10g 이하, 소량 마약의 밀수가 증가하면서 적발 건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마약 주요 밀수경로는 건수 기준 국제우편이 191건으로 전체의 53%에 달했다. 이어 특송화물(86건, 24%), 여행자(82건, 22%), 일반화물(3건, 1%) 순이었다. 국제우편 적발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28% 늘었지만 적발 중량은 40% 감소했다. 관세청은 자가 소비 목적으로 추정되는 소량의 마약밀수가 늘면서 국제우편을 통한 적발 건수 역시 늘었다고 밝혔다.

 

특송화물 경로의 경우 적발 건수는 7% 감소한 반면 적발 중량은 33% 증가했다. 이는 특송화물을 이용한 1㎏ 이상 대형밀수의 중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적발된 마약 품목은 중량 기준 필로폰이 154㎏(52%·75건)으로 가장 많았다. 필로폰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0% 늘었다. 필로폰 밀수가 증가한 건 다른 국가 대비 한국에서 필로폰 시장가격이 월등히 높게 형성돼 있어 국제 마약범죄 조직의 밀수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필로폰 1g당 거래가격은 한국이 450달러로 미국(44달러), 태국(13달)을 압도한다.

 

필로폰에 이어 대마가 30㎏(10%·100건) 적발됐고, 코카인과 MDMA가 각각 29㎏, 16㎏ 차단됐다. 이 중 ‘클럽용 마약’이라고 불리는 MDMA가 35% 증가했다. 관세청은 “MDMA는 알약 형태의 마약으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지속되고 있어 밀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적발된 마약의 출발국으로는 태국(76㎏), 미국(60㎏), 멕시코(29㎏), 말레이시아(23㎏), 베트남(16㎏), 독일(14㎏) 순이었다. 동남아 국가발 마약은 지난해 상반기 전체 적발 중량의 51%를 차지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47%에 달했다. 동남아 국가 중 태국, 베트남발 적발 중량은 감소한 반면 말레이시아발 적발 중량은 112% 급증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말부터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활동하던 국제 마약범죄 조직이 근거지를 말레이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동향을 파악한 후 말레이시아발 항공 여행자에 단속을 집중한 결과”라고 밝혔다.

 

한창령 관세청 조사국장은 “내부적으로 인력, 조직, 첨단장비 및 검사 프로세스 등 마약 단속 체계를 고도화 하면서, 그간 국제 합동단속을 통해 우호적 관계를 형성해 온 해외 관세당국과 마약밀수 신속대응체계를 적시에 가동시켜 마약의 해외공급을 출발국에서부터 원천 차단할 것”이라면서 “마약의 국내수요 억제를 위해 마약탐지견의 활동 영역을 기존 공항만 구역에서 국내 군부대·교정시설 및 다중시설까지 확대해 나가고, 국내 마약단속 및 수사기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마약밀수 범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 조사국장은 이어 “휴가철 해외 여행시 현지에서 판매하는 대마 제품과 양귀비 씨앗 등을 원료로 한 식품은 물론 마약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 등은 절대 구매하거나 국내 반입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