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여부는 업계 성장 속도를 결정할 또 다른 관건이다. 금융 소비자 누구나 쉽게 투자할 수 있는 ETF의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이 포함된다면 제도권 자본시장에 편입된다는 의미이다. 이를 통해 자금 유입이 더 활발해질뿐더러 투자자 보호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미 미국을 시작으로 몇몇 국가가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한 가운데 우리나라 당국도 관련 논의를 벌이고 있다. 변동성이 심한 가상자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제도권 편입 시 금융시장 안정성이 저해되는 부작용이 수반될 수 있는 만큼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1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국가 중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현물 ETF를 승인한 국가는 미국을 시작으로 홍콩, 영국 등이 꼽힌다. 미국과 홍콩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영국은 비트코인에 대한 현물 ETF를 각각 승인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등 국내 정치권에서도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을 지지하는 분위기이다.
다만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엿보인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후 국내 도입 여론이 일자 “기존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ETF는 짚어봐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보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기반 ETF의 발행 및 거래가 허용되면 우리나라 자본의 상당 부분이 기업 투자 등 미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투자 부분에서 가상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며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도입 논의에 있어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해에 관한 충분한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며, 현시점에서는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