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거센 비가 쏟아진 17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는 순직 1주기(19일)를 앞둔 채수근 상병의 시민 분향소가 마련됐다. 조문을 위해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은 “하늘도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분향소는 해병대예비역연대가 채 상병 1주기를 앞두고 설치했다. 당초 해병대예비역연대는 광화문광장에 대한 사용 허가를 서울시에 요청했으나 협의를 통해 청계광장으로 장소가 변경됐다. 시는 해병대예비역연대가 청계광장을 사용하는 3일간의 사용료를 ‘공익적 목적’ 이유로 면제하기로 했다.
‘20살 젊은 해병의 비극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해병대원 순직 및 수사외압 사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의 문구가 적힌 분향소 텐트의 내부에는 채 상병의 영정과 위패가 안치됐다. 그 옆에는 해병을 상징하는 빨간 티셔츠나 군복을 입은 해병대 예비역 10여명이 자리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이했다.
특히 해병대 예비역들의 조문행렬이 온종일 이어졌다. 해병대 214기 이근석(79)씨는 오전 9시쯤 분향한 후 “손주 같은 아이가 하늘나라에서도 편히 쉬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힘들다”며 “내가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채 상병) 아버지, 어머니는 하루하루 어떻게 버틸까”라며 개탄했다. 또 다른 해병대 출신 김명석(43)씨는 “후배가 말도 안 되는, 안타까운 일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이 참담하고, 선배로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들이 군 복무 중이라는 박모(53)씨는 “내 아들한테 똑같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진상규명이 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있는 일이기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 상병 분향소는 1주기 당일인 19일까지 3일간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