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 서이초등학교 2년차 교사의 사망 1주기를 맞았다. 지속적인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1학년 담임 교사는 끝내 목숨을 끊고 말았다. 땅에 떨어진 교권 실상에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욕설과 폭행, 악성민원, 학부모 갑질에 시달려온 교사들이 분노해 길거리로 나섰다. 당국이 부랴부랴 교권 보호책을 내놓았다.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 방안과 교권보호 5법이 마련되고 매뉴얼이 만들어졌다. 이런데도 1년이 지난 지금 교육 현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제 교육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교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은 그나마 높아져 다행이다. 교육활동 침해를 심의해 조치하는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건수가 3월28일∼6월30일 1364건으로, 지난해 석 달간 1263건에 비해 늘었다. 교사들이 교육활동 침해 사실을 참지 않고 적극 신고했고 교육청도 신속히 대응한 것이다. ‘보호자 등’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비중이 10.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보호자에 관한 조치가 대폭 강화된 결과다. 교원이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되는 비율이 낮아진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교사들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얼마 전 서울교사노동조합이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10명 중 8명꼴(77.4%)로 그렇다고 응답했다. 서이초 사건으로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는데도 교사의 93.6%는 여전히 교권이 보호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나중에 억울한 기소를 피하기는 했으나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나 수업 중 태블릿PC로 다른 콘텐츠를 보는 학생을 지도한 교사가 ‘정서적 학대’로 신고당한 일도 있었다. 오죽하면 스트레스를 못 이겨 휴직하는 교사가 늘고 있겠는가.
교대 인기가 크게 떨어진 건 당연한 일이다. 대입 수능에서 6등급을 받은 과목이 있는 수험생이 교대에 합격한 사례도 있다. 교사들은 10명 중 2명만이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이대로 가다가는 교육 자체가 붕괴하는 건 시간문제다.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 정당한 교육활동을 하고서도 무고성 고발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없애줘야 한다. 정서적 학대라는 모호한 개념부터 구체화해야 한다. 교권 보호 대책에 허점이 없는지도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학생 인권 못지않게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교사 교권 보호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