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복귀 외면한 전공의 없어도 돌아가는 병원 만들어야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7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수련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수련병원은 미복귀한 전공의들의 사직서 처리를 완료하고 결원 규모를 확정한다. 정부는 이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정원을 결정해 오는 22일까지 일정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4.07.17. ks@newsis.com

‘미복귀 전공의’ 1만여명이 정부가 제시한 사직 처리 데드라인(7월15일)까지도 사직·복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복귀한 전공의는 1155명으로, 전체 전공의 1만3756명 중 8.4%에 불과하다. 전공의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정부는 일단 사직 처리한 후 이들이 9월 하반기 수련 때 복귀하도록 설득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부분 복귀를 거부할 것으로 보여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이탈로 시작된 의료공백이 최소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애꿎은 환자들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비상진료체계를 빈틈없이 세워야 한다.

정부는 의료 정상화를 위해 전공의들이 내세운 7대 요구 중 6개를 수용하고,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하는 최후 양보안까지 제시했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은 복귀 혹은 사직에 대해 어떤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대 증원 백지화 전 복귀는 없다”는 비현실적인 주장은 정부의 굴복을 강요하는 것이다. 의대 교수들도 설득·중재 노력을 포기한 지 오래다.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금이라도 전공의와 의대생의 요구를 들어줘야 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의료계가 언제까지 비타협적인 태도를 고수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전공의들의 복귀를 기다리는 건 의미가 없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계속 설득하고 복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지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의 거듭된 양보에도 의료계의 기득권 사수 투쟁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다. 툭하면 원칙이 흔들리는 탓에 의사들이 정부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제는 전공의 미복귀, 의대생의 집단 유급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됐다. 환자단체들도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대체할 인력 확충에 힘써야 한다”고 하지 않나.

정부는 지난 11일 의료개혁특위가 발표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계획의 방향성을 유지하며 원칙대로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중증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필수의료 수가 조정이 시급하고, PA(진료보조) 간호사도 법제화해 더 늘려야 한다. 전공의가 없어도 병원이 돌아가는 체계를 만들어야 국민과 환자를 볼모로 삼는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 행태가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