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9일까지 최대 200㎜ ‘송곳 폭우’… 변덕 심한 저기압 탓

18일 오전까지 시간당 최고 70㎜
2024년 장맛비 평년보다 100㎜ 더 내려

서울·경기 2024년 첫 긴급재난문자
北 개성 등도 최대 200㎜ 퍼부어
접경지 하천 수위 상승 대비해야

17일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새벽부터 거센 비가 쏟아진 가운데 19일까지 수도권에만 최대 200㎜ 이상의 비가 추가로 내릴 전망이다. 올여름 장마는 짧은 시간 동안 한정된 지역에 집중되고 낮보다는 밤에 쏟아지는 경향이 강해 대비가 쉽지 않다. 지반이 약해진 지역에서는 갑자기 쏟아지는 폭우에 따른 비 피해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시스

기상청은 이날부터 19일까지 수도권과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200㎜ 이상의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 17일 밤부터 18일 오전까지 시간당 30∼60㎜, 많게는 시간당 70㎜의 강한 비가 예상된다. 같은 기간 다른 지역 예상 강수량은 강원 중남부 내륙·산지 180㎜ 이상, 강원 북부 내륙·산지 150㎜, 강원 동해안 20∼60㎜, 경북 북부 50∼100㎜(최대 150㎜ 이상), 호남(전남 남해안 제외) 30∼100㎜(전북 최대 150㎜ 이상), 대구와 경북 남부 30∼80㎜, 전남 남해안·부산·울산·경남·울릉도·독도 20∼60㎜, 제주 5∼20㎜다.

 

이어 18일 오후부터 19일 오전 사이 장마전선(정체전선) 상에서 발달한 중규모 저기압의 영향으로 다시 한 번 강한 비가 예상된다. 다만 중규모 저기압은 발생 위치와 강도의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수치예보모델로 예측하기 어렵다. 어디서 내릴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전날 저녁 충청권에 폭우를 뿌린 정체전선 상의 중규모 저기압 역시 수치예보모델이 예측하지 못한 변수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집중호우가 갑작스럽게 내릴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강한 비를 내리는 구름은 천둥과 번개, 낙뢰도 동반하기 때문에 최신 예보를 계속 확인하며 비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위태로운 차량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17일 경기 의정부시 중랑천변 주차장에서 시민들이 물에 잠긴 차량을 살피고 있다. 이날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경기 파주시 302㎜, 연천군 166.5㎜, 서울 노원구 122.5㎜ 등이다. 의정부=연합뉴스

이번 장맛비의 주된 원인은 북상하는 북태평양고기압과 남하하는 차가운 공기가 만나 형성된 장마전선이다. 이날 오후 이 장마전선이 북한으로 올라가며 한반도 일부 지역에서 장맛비가 잠시 주춤했지만, 18일 오전부터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북상한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북한에도 최대 200㎜의 많은 비가 예상된다. 특히 개성과 판문점 등 접경 지역에 많은 비가 전망돼 임진강과 한탄강 등 남북이 공유하는 하천 하류에서 수위가 급격히 올라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19일까지 이동하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수도권과 충청 지역이다. 이 지역은 지표면 근처의 대기 하층에서 강하게 부는 하층 제트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층 제트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계속 유입해 비 구름을 발달시키고 강한 비를 내리게 한다.

 

특히 충정 지역은 앞서 내린 비로 이미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추가 강수가 예상됨에 따라 산사태와 침수 피해에 유의해야겠다. 기상청은 “이미 많은 비가 내린 지역에 또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피해 방지를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여름 장마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퍼붓듯이 쏟아지는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 이 기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342.5㎜로, 평년(243.5㎜) 대비 약 100㎜ 많다. 1973년 이후 상위 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번 장마에서 하루 중 1시간 강수량의 최대치가 100㎜가 넘은 사례는 17일 오전 6시3분 경기 파주(101.0㎜)와 같은 날 오전 7시22분 의정부시 신곡동(103.5㎜)을 비롯해 총 8번이다. 일 최대 1시간 강수량이 90㎜ 이상 100㎜ 미만인 사례도 6번에 달한다.

 

1시간 강수량이 100㎜ 이상인 사례가 나온 것은 2019년, 2020년, 2022년 3개년이다. 그러나 앞선 사례에선 100㎜를 넘긴 경우가 2019년은 1번, 2020년은 5번, 2022년은 2번에 그쳤다. 올해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장마의 양상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17일 인천시 서구 심곡동 인근 도로가 폭우로 침수돼 소방대원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이날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수도권 일대에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호우경보는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이상이거나 12시간 누적 강수량이 180㎜ 이상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3시간 누적 강수량 60㎜ 이상 또는 12시간 누적 강수량 110㎜ 이상인 호우주의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의미한다. 이날 새벽부터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시간당 최대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올해 첫 긴급재난문자(CBS)가 잇달아 발송됐다.

 

장마전선의 폭이 좁은 ‘띠 장마’의 양상을 보이면서 장마전선이 비켜 간 지역에는 폭염이 찾아오는 등 한반도에서 이례적인 ‘극과 극’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18일에도 남부지방과 제주를 중심으로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으로 올라 매우 무덥겠고, 그 밖의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도 최고 체감온도가 31도 내외로 올라 덥겠다. 기상청은 이 지역에 당분간 열대야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마전선 영향권에 있는 지역도 날은 흐리나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