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췌장, 비장, 신장, 횡행결장 등 좌상복부에 있는 모든 장기를 다 들어내는 수술(LUAE)이 쌍꺼풀 수술비보다 수가가 더 싼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니 누가 외과 수술을 하겠습니까.”
신동규 서울적십자병원 외과 과장은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필수의료 수가 현실을 이같이 토로했다.
신 과장은 서울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공공병원에서 20여년을 일하며 공공병원 필수의료진을 고집해왔다. 대학병원에서 스카우트 제의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그동안 그가 집도한 수술 건수만 서울의료원 1469건, 서울적십자병원 3231건 등 총 4700건에 달한다. 탈장 수술(677건), 식도위십이지장 수술(439건) 등을 많이 했지만 맹장 수술이나 담낭, 대장, 유방, 갑상선, 간담도췌장 등 다양한 수술을 빠짐없이 했다. 공공병원의 특성상 분과별로 외과의를 다 고용할 수 없었던 탓이다.
신 과장은 “동일 절개 하에 진행되는 수술은 (췌장, 비장 등) 장기에 대한 절제가 될 때마다 수가가 75%, 50%로 내려간다. 6∼8시간에 거친 고난도 수술이 쌍꺼풀 수술보다 싸고, 소송 위험도 더 큰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제가 (수술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없거나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다 보니 저의 급여는 하위 5% 수준이다. 공공병원에서도 비필수과가 급여가 더 많다”며 낮은 수가에 따른 병원 푸대접, 그리고 최근 잇따른 소송까지 감안하면 후배들의 ‘필수과 기피’가 오히려 정상이라고 말했다.
현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필수의료진이 가진 보람을 얘기했다. LUAE 수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는 애초 6개월 생존이 예상됐지만 5살 아이의 입학만은 보고 눈을 감고 싶다는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집도한 것이었고, 그렇게 그는 24.5개월을 살 수 있었다. 환자 사망 후 배우자는 신 과장의 손을 잡고 고맙다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가 필수의료뿐 아니라 공공병원을 고집하는 것도 어려운 형편의 환자들 때문이다. 월세를 내지 못해 병원 퇴원을 꺼린 할아버지, 돈이 없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환자 등 신 과장은 그들을 치료하고 사비까지 내어 마음을 토닥였다.
그는 의대 증원 사태 여파로 필수의료가 더욱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후배들이 외과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의료 소송의 두려움 때문이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할 경우 언제 경찰서에서 연락이 올까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