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 폐기를 시사하고, ‘미국 우선주의’ 정책 강화를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전기차 세액공제 내용 등이 포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그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IRA 정책과 전기차 확대 정책에 대해 “난 전기차에 이의가 없다. 전기차가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일론(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은 환상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자동차 100%를 전기차로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에)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엄청난 양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IRA의 전체나 일부를 폐기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IRA는 인플레이션을 낮추지 않고 높였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포함해 IRA 수정 및 폐기가 현실화할 경우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 등에 맞춰 미국에 직접 투자한 한국 기업은 물론이고 전기차 및 관련 업계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공화당 전당대회장 무대에 오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한 가지만 분명히 말하겠다. 도널드 트럼 프는 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지막까지 경쟁하고, 후보직에서 사퇴한 뒤에도 지지 선언을 미루며 신경전을 벌였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피격으로 관통된 오른쪽 귀 부분에 거즈를 대고 전당대회 행사장을 찾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 D 밴스 상원의원과 나란히 귀빈석에 앉아 헤일리 전 대사를 여유로운 표정으로 지켜보다,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선언이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2시간 넘게 자리를 지키면서도 별도 연설 등은 하지 않았다. 별도 연설은 없었지만 자신의 경쟁자였던 헤일리 전 대사 등의 지지선언을 통해 당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행사장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쪽 귀에 댄 거즈를 흉내 낸 공화당원 여러 명이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통령 후보로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를 잘 아는 밴스 의원을 지명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공화당 지지가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이 나왔다. 빅테크(거대기술) 기업이 대거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는 젊은 유권자들이 많아 그동안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꼽혀 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최근 공개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던 실리콘밸리 투자자 다수가 100만달러(약 13억8000만원)가량을 후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밀워키에서 경찰이 흉기를 휘두른 노숙인을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과잉 대응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으로 경호 실패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경찰이 무리한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다. 현지 매체 등은 이날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 약 1㎞ 떨어진 킹파크 인근에서 2명의 노숙인이 다투던 중 1명이 흉기를 꺼내 들었고, 이에 경찰관들이 출동해 흉기를 쥐고 있던 노숙인에게 총기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