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냉장고 생산라인이 10분간 멈추면 그 손해가 얼마일까.
LG전자 경남 창원공장에선 13초에 1대씩 냉장고가 생산된다. 10분간 라인 가동이 멈추면 50대 분량의 생산 차질이 생긴다. 냉장고 한 대 가격을 200만원이라고 치면 10분의 지연이 1억원의 손실로 이어지는 셈이다.
생산·제조 영역은 효율성이 곧 사업 수익성으로 직결된다. 공정 사이 짧은 순간의 지연이나 미세한 오차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이 대세인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는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장 규모가 올해 1556억달러(약 214조원)에서 2030년 2685억달러(약 37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시작한 LG전자는 2030년까지 관련 매출을 조 단위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18일 선언했다. LG그룹 계열사는 제외한 외판 대상 목표다.
LG전자의 자신감은 1958년 금성사(LG전자 전신) 설립 이후 가전사업을 필두로 66년간 축적한 제조·생산 노하우에서 비롯했다. 최근 10년 치 제조·생산 데이터만 770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770TB는 고화질 영화 19만7000여편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담당하는 LG전자 생산기술원이 그간 출연한 관련 특허는 1000건 이상이다.
LG전자가 미국 테네시에 구축한 지능형 자율공장과 창원 공장은 앞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등대공장은 밤하늘에 등대가 불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첨단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제조업의 미래를 이끄는 공장을 말한다.
이렇다 보니 사업 원년에 해당하는 첫해임에도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 올해 생산기술원의 수주 규모는 2000억원 수준이다. LG전자는 “현재 주요 고객사가 이차전지·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물류업체 등”이라며 “향후 반도체, 제약·바이오, 식음료 등 공장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산업군으로 적극 진입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특정 영역의 단위 솔루션에 그치지 않고 공장 기획부터 설계, 구축, 운영에 이르기까지 종합 제조솔루션으로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 △디지털트윈을 활용하는 생산시스템 설계·모니터링·운영부터 △빅데이터 및 생성형 AI 기반 설비·공정관리, 산업 안전, 품질검사 △산업용 로봇까지 모든 관련 분야를 다룬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사물을 가상세계에 똑같이 구현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예측하고 해결하는 기술이다. LG전자는 공장 설계에 앞서 실제와 똑같은 가상의 공장을 만들고 향후 구축될 실제 공장의 생산과 물류 흐름을 미리 살펴 최적의 효율을 내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공장 운영 단계에선 가동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라인의 병목이나 불량, 고장 등을 사전에 감지한다.
LG전자는 무인화 생산 확대 추세에 맞춰 비전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감지 시스템도 개발했다. AI가 카메라 등으로 공장 내 이상 상황이나 온도, 불량 등을 감지하는 솔루션이다. 설비·제품 이상을 넘어 현장에서 안전모나 작업 조끼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도 구별할 수 있어 공장 안전관리에도 활용 가능하다.
LG전자가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로봇도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의 핵심축이다. 최근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저상용 산업용 자율주행로봇(AMR)은 국내 최초로 글로벌 인증업체 DNV로부터 안전 관련 인증인 ‘ISO 3691-4’를 획득했다. AMR은 미리 정해진 동선을 따라 이동하는 무인운반차(AGV)에서 한 발 더 진화해 스스로 경로를 찾아 이동하는 차세대 물류 로봇으로, 스마트팩토리의 필수 요소다. AMR에 다관절 로봇팔을 결합한 자율주행 수직다관절로봇(MM)은 부품·자재 운반과 동시에 로봇 팔을 활용해 조립, 불량검사 등이 가능해 다양한 작업을 끊김없이 자동화할 수 있다.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무형자산의 사업화’라는 의미가 더해진다. 가전 등 하드웨어(HW) 중심이었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소프트웨어 등 논 하드웨어(Non HW) 영역으로 넓혀 미래 지향적 구조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LG전자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이 ‘2030 미래비전’의 3대 성장동력 중 하나인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의 고속 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