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하천 범람 우려에 900명 긴급 대피… 등굣길 잠겨 휴교

중부권 이틀째 호우 피해

파주 등 누적 강수량 600㎜ 넘어
충남 당진·곡교천 등 하천 범람
축구장 424개 면적 농작물 침수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중부권에 이틀째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일부 학교가 문을 닫고 하천 범람 등으로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호우 관련 피해가 잇따랐다.

발 동동 이틀 연속 내린 폭우로 경원선 덕정역∼연천역 구간 운행이 중단된 18일 오전 경기 양주시 경원선 덕정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동두천 방향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양주=뉴스1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간당 30∼70㎜ 규모의 폭우가 내렸다. 판문점과 파주 등 경기 북부 일부 지역은 이 기간 누적 강수량이 600㎜가 넘었다.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비가 집중된 파주시엔 이날 오전 2시쯤부터 1시간 동안 75.1㎜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날 호우로 중부 지역에서는 하천 범람 등 우려에 주민 대피가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전국 대피 인원은 8개 시·도 36개 시·군·구 628세대 901명이다. 침수와 산사태 우려 등이 커지면서 전남(286명)과 경기(250명), 경남(186명) 등 지역에서 주민들이 급히 몸을 피했다.

수도권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18일 오후 경기 용인시 오산중학교 대피소에 폭우로 인해 대피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집중호우가 내린 18일 충남 당진전통시장 등 채운동 일대가 침수 피해를 겪었다. 폭우로 당진천 물이 불어나 산책로가 침수돼 있다. 뉴시스

특히 새벽 폭우가 집중돼 고립된 시민들이 대거 대피했다. 이날 오전 2시52분쯤 경기 김포시 월곶면 주민 26명은 저수지 범람과 저지대 사고 우려로 긴급 대피했다. 경기 동두천시 하봉암동에서는 야산에서 내려온 흙탕물이 동네에 쏟아지며 빌라나 저지대에 사는 주민 11가구 23명이 마을 회관으로 몸을 피했다. 경기 오산시는 이날 오전 9시20분을 기해 오산천 인근 궐동과 오색시장 일대 주민에게 대피 안내문자를 보냈다. 충남 당진시도 이날 오전 당진천과 곡교천 범람 및 범람 위험으로 주민 대피 안내문자를 보냈다.



침수나 산사태 등으로 고립됐다가 소방당국에 구조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거동이 불편한 90대 노인이 매몰됐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7시30분을 기해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의 산사태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 인천, 경기, 강원 지역은 ‘심각’, 대전, 세종, 충남, 충북, 경북, 전북은 ‘경계’, 부산, 대구, 광주, 울산, 전남, 경남, 제주는 ‘주의’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18일 충남 서산에 내린 집중호우에 운산면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이 무너져 있다. 이 사고로 80대 노인이 토사에 매몰됐다가 구조됐으며,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등굣길이 막히면서 일부 학교는 문을 닫거나 단축수업에 돌입했다. 의정부의 경의초등학교와 경의유치원 등 2곳이 이날 임시 재량 휴업을 결정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집중호우로 경기·인천에서 32개교가 휴업이나 단축수업을 하는 등 학사일정을 조정했다. 전국에서 누수, 파손 등 시설 피해가 발생한 학교는 30곳으로 확인됐다.

18일 호우경보가 발령된 충남 당진 순성면에서 한 농부가 하천 범람으로 침수된 축사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농지 피해도 확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농작물 침수 면적이 303㏊(헥타르·1㏊는 1만㎡)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축구장(0.714㏊) 424개 넓이와 맞먹는 수준이다. 전남이 282㏊, 경기가 21㏊ 규모의 피해를 각각 봤다. 지역별로는 전남 진도와 완도가 각각 150㏊, 100㏊의 농지가 침수돼 가장 피해가 컸다.

집중호우로 항공기, 여객선 운행은 일부 차질을 빚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국제선 항공기 25편이 결항됐고 여객기 4편이 회항했다. 묵호∼울릉 등 2개 항로 여객선 6척은 운항이 통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