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조 체코 원전 수주 쾌거, ‘K원전 르네상스’ 마중물 삼길

프랑스 제치고 유럽 교두보 확보
2030년 10기 수출 청신호 켜져
정부·정치권의 전방위 지원 절실

한국수력원자력과 민간 기업이 컨소시엄을 꾸린 ‘팀코리아’가 24조원+α 규모의 체코 신규(4기) 원전 사업을 수주했다. 원전 수출 규모로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1.5배에 달하는 ‘잭팟’이자 15년 만의 쾌거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번 체코 신규 원전은 두코바니 5·6호기 사업이다. 체코는 당초 원전 1기를 지으려다 두코바니 외에 테멜린(1·2호기) 지역까지 각각 1.2GW 이하 원전 4기로 건설 규모를 확대했고, 사업비도 기존 총 8조원에서 1기당 12조원으로 늘렸다. 원전 본거지인 유럽에서 K원전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이번 수주로 원전의 핵심인 원자로 시공은 물론 설계·운전·정비 등 원전의 전체 생태계에 걸쳐 10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세일즈맨을 자처하며 외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어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몰렸던 K원전은 단비 같은 체코 원전 수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세계 2위 원전 대국 프랑스를 안방에서 꺾고 수십년간 축적된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가격, 공기(工期)를 인정받았다고 안도해서는 안 된다. 이번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으로 9부 능선을 넘었지만 내년 3월 최종 계약 단계가 남아 있다. 한수원이 단독협상권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테멜린 원전 2기를 추가로 수주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폴란드, 네덜란드, 영국, 이탈리아,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에선 세계 각국의 치열한 원전 수주전이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발달하면서 데이터센터 등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대항전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이번 수주가 유럽 진출의 마중물이 되도록 정부 차원의 금융·외교 등 전방위적인 지원이 이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인재 양성과 함께 차세대 원전기술 지원에 정치권도 힘을 모아야 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부터 시대착오적인 탈원전의 아집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더는 정권 성향에 따라 에너지 정책기조가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 우리 원전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세계 원전시장의 총아로 거듭나는 ‘K원전 르네상스’ 도래는 우리 하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