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大法 동성 배우자 건보 피부양 인정, 동성혼 합법화는 안 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어제 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대법관들은 ‘사실혼 관계라는 본질은 같은데 단지 이성이 아니고 동성이란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사법부가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마치 동성혼을 허용한 것처럼 곡해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원고가 같은 남성이자 사실혼 관계인 파트너를 건보 피부양자로 등록한 데에서 비롯했다. 건보공단이 “등록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가입을 취소하자 원고는 그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공단의 손을 들어준 1심과 달리 항소심은 “동성이란 점을 제외하면 (이성 간의)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 관계”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동성이란 이유만으로 (건보 피부양자에서)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공단의 조치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의 평등 등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성적 지향성이 다른 국민의 권익도 똑같이 존중돼야 한다는 판결 취지에는 공감할 만하다.



명심할 것은 이번 판결이 동성혼 합법화는 아니라는 점이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양성(兩性)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한다’(제36조 제1항)는 취지의 조문을 두고 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해달라”는 신청이 제기될 때마다 “현행 법체계 하에서 동성 간 결합이 ‘혼인’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해왔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도 2018년 재판관 후보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결혼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라며 “동성혼은 결혼에 해당할 수 없다”고 명백히 밝힌 바 있다. 이번 판결이 우리 가족제도의 근간을 허물고 싶어하는 집단이나 세력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관행과 제도가 50년이나 100년 뒤에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앞으로 국민 의식이 바뀌고 이를 반영한 새 헌법이 등장한다면 모를까 현재로선 동성 간 결혼은 위헌이자 무효임이 명약관화하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양한 성적 지향성을 지닌 국민의 권익 증진 차원에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확대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