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농약 사건’ 실마리?…음독 피해 주민들, 식사 전 그라운드 골프 쳤다

“함께 먹은 오리고기에 농약 들어 있었을 가능성 낮아”
식사 후 마신 커피에 수사력 집중…용의자 중요 단서

농약 음독으로 피해를 입은 봉화 주민들이 초복을 맞아 식사 전 주민들과 함께 그라운드 골프(골프와 게이트볼의 장점을 더한 시니어 스포츠)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경북경찰청 수사전담팀은 18일 "피해 주민 4명을 포함한 주민 10여명은 사건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6시40분께 그라운드 골프를 친 정황이 있다"며 "하지만 이 그라운드 골프 중 다툼이 있었다던가, 또는 주민들 간 말다툼이 있었던 것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그라운드 골프를 친 주민들은 사건 발생 장소인 내성4리 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 주민들도 섞여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 주민 4명은 그라운드 골프 이후 각자 귀가한 뒤 식사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뉴시스가 전했다.

 

이에 수사전담팀은 봉화군 관제센터를 통해 그라운드 골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관할 체육회를 통해 그라운드 골프 협회원 명단을 파악 중이다.

 

특히 수사전담팀은 주민들이 함께 먹은 오리고기에는 농약이 들어있었을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 식사 후 마신 커피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피해 주민들이 식사 후 경로당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진술 외에도 여러가지 자료들을 확보해 확인 중이다.

 

수사전담팀 관계자는 "이 커피가 용의자 특정 및 정확한 사건 경위를 밝히기 위한 중요한 단서로 보고 있다"며 "커피가 어떤 종류인 지, 냉장고 안에 있던 것인지, 바깥에 보관 중이던 것인지, 어떻게 피해 주민들이 마셨는지 등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수사전담팀은 2015년 경북 상주에 발생한 '농약 사이다' 사건과 같이 누군가 고의로 커피에 독극물을 넣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사건의 원인이 원한관계에 의한 것인지 아님 다른 이유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수사전담팀 관계자는 "원한관계에 의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가능성을 열고 여러가지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며 "다각적인 방법으로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수사전담팀은 사고가 발생한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 인근 전통시장 농약 판매점 등을 돌며 에토펜프록스와 터부포스 성분이 든 살충제 판매 여부 등도 조사했다.

 

관련 성분이 든 살충제를 판매하는 업체를 상대로 판매 경로 등도 확인했다.

 

피해 주민들의 위세척액에서는 에토펜프록스와 터부포스 등 2가지 농약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2가지 성분은 모두 살충제에 들어 있다.

 

당초 언론에 보도된 엔도설판 성분은 피해 주민들에게서 발견되지 않았다.

 

이중 2명은 현재 응급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 등을 받고 있다.

 

다른 피해 주민 1명도 응급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며 고용량 산소요법 등의 치료를 받고 있다.

 

여성경로당 부회장이자 의식을 회복한 이 주민은 현재 의료진의 부름에 고개를 끄덕이고 의료진의 요청에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공호흡기 등의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수사전담팀 관계자는 "피해주민들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의식을 회복한 주민이 경찰조사에 응할 수 있는 상태인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봉화 복날 농약 음독사건과 관련해 피해 주민들과 유사한 증세를 보이는 80대 주민도 병원에 이송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 피해 주민과 유사 증세를 보인 주민 1명이 병원에 이송됐다"며 "하지만 이 주민이 피해 주민들과 같이 농약에 의해 병원에 이송된 것인지 다른 이유로 병원에 이송된 것인지 등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