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인기 흥행작 ‘마당놀이’, ‘변강쇠 점 찍고 옹녀’ 5년 만에 부활

‘2024-2025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프로그램 발표…신작 21편 등 작품 61편 무대 올려

국립극장의 연말 인기 공연이었던 마당놀이가 5년 만에 부활한다.

 

박인건 국립극장은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4-2025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하며 ‘마당놀이 모듬전’을 올 연말 무대에 올린다고 밝혔다. 마당놀이는 MBC가 1981년 첫선을 보인 뒤 30년간 이어지며 약 350만명 관객을 동원한 뒤 2010년 막을 내렸다.

박인건(가운데) 국립극장 극장장이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왼쪽),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과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2025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이후 국립극장이 2014년 ‘심청이 온다’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고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 ‘심청이 온다’(2017), ‘춘풍이 온다’(2018·2019)를 공연하며 20만여명을 끌어모은 흥행 작품이다. 국립극장 마당놀이 시리즈는 마당놀이의 현대적 계승 가능성과 저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세계일보 2월24일자 14면 참조)

 

11월 29일~내년 1월30일 공연될 ‘마당놀이 모듬전’은 앞서 공연한 4개 작품의 주요 대목을 엮은 작품이다. 손진책(연출)·박범훈(작곡)·국수호(안무) 등 ‘마당놀이계 드림팀’이 다시 뭉치고 마당놀이 ‘전설의 스타’인 배우 윤문식과 김성녀, 김종엽이 특별 출연한다.
 

국립극장은 두 작품을 포함해 8월28일부터 내년 6월29일까지 신작 23편과 레퍼토리 14편, 공동주최 16편 등 61편을 선보인다.

 

박 극장장은 “전속단체 예술감독들에게 관객이 많이 올 수 있는 작품을 요구한다. 예술성을 고집하다보면 흥행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라면서도 “국립극장인 만큼 정통성을 기반으로 동시대적 창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관객들이 그리워하는 작품도 앙코르 공연으로 올려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은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3개 전속단체가 있다.

 

국립창극단은 한국적 소재로 창극의 매력을 극대화한 신작 두 편을 준비했다. 조선 7대 왕 세조의 삶을 다룬 ‘수양’(2025년 3월 13∼20일)은 새로운 형태의 작품 기획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박 극장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다. 여러 사극에서 악인으로만 그려진 세조의 양면적 모습을 그릴 예정이다. 유명 극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쓰고, 연극 ‘연안지대’로 주목받은 신예 연출가 김정이 연출을 맡았다.

 

조선 후기 8대 명창 중 한 명인 이경숙의 삶을 조명한 ‘이날치전’(11월 14∼21일)은 우리 소리를 신명 나는 놀이판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날치는 명창이 되기 전까지 줄광대의 삶을 산 이경숙의 별명이다. 전통예술단체 ‘창작하는 타루’ 정종임 대표가 연출하고, 방송작가 윤석미가 극본을 맡았다.

 

유은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창극 ‘이날치전’에 우리 전통연희를 녹일 생각”이라며 “‘수양’도 원작이 없는 작품이라 작가가 많은 고민을 하면서 극본을 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출가 고선웅과 작창가 한승석이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 타령’을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인기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9월5~15일)도 5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국립무용단은 이번 시즌 개막작 ‘행 플러스마이너스(+-)’를 통해 정형화되고 기호화된 한국춤의 움직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체한 뒤 새롭게 풀어낼 예정이다. 국내 현대무용계의 대모 안애순이 안무하고, 영화 ‘하녀’와 ‘길복순’ 음악을 담당한 김홍집과 이진희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8월 29일∼9월 1일 공연된다.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국립무용단 홈페이지 첫 문구인 ‘전통에 대한 당찬 도전’을 표현하는 작품”이라며 “한국의 전통춤이 민족춤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컨템퍼러리(동시대) 작품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무용단의 대표 작품인 ‘향연’(12월 9∼25일)도 6년 만에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2015년 초연 후 3년 연곡 매진을 기록한 작품으로, 궁중무용과 종교무용, 민속춤 등 11개 전통춤을 한국의 사계절로 표현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11월 29~30일)은 게임 세계관을 무대로 가져온다. 게임 영상을 상영하며 배경음악(BGM)을 연주하는 대다수 게임음악 콘서트 형식에서 벗어나 온라인게임 ‘천하제일상 거상’에 등장하는 음악을 개성이 다른 작곡가 5명이 만들고, 작곡 대전을 벌이는 형식이다.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인 ‘베스트 컬렉션’(2025년 3월12일)을 통해 악단의 역사를 돌아보며 시기별 주요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악단의 2대 단장 한상일과 상임지휘자를 지낸 김재영이 지휘자로 나선다. 5대 예술감독을 지낸 원일이 30주년 축하 위촉 신작을 선보인다.

 

장애인 관객의 문화 향유를 지원하기 위해 제작한 4편의 ‘무장애(배리어 프리)’ 공연에도 눈길이 간다. 학교폭력을 당한 소년의 성장담을 다룬 연극 ‘몬스터 콜스’(12월 5∼8일)와 중증 척추 장애 여성의 삶을 다룬 연극 ‘헌치백’(2025년 6월 12∼15일)이 무대를 준비 중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주자들이 협연하는 ‘함께, 비발디와 레스피기’(12월 10일)와 ‘2025 함께, 봄’(2025년 4월 12일) 음악회도 예정돼 있다. 

 

박 극장장은 “2023년 취임 당시 해오름극장 공연이 110회 이내였는데 올해는 150~170회까지 늘었고 3년차에는 200회까지 계획하고 있다. 가동률이 60%밖에 안 되던 하늘극장은 100%가 됐다”며 “극장 가동률을 높이고 기획공연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