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아이가 생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일 중요한 건 정확하게 몇 주 정도 됐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거예요. 여자친구분 성함, 연락처 알려주시면 만나서 내용 설명해 드리고, 병원에 동행해서 태아 상태 등도 같이 확인해드릴 수 있어요.“
이기일 보건북지부 1차관이 위기임신 보호출산제 시행 첫날인 19일 서울 서대문구 애란원(미혼모 보호시설)에 방문해 이지은 상담사와 전화 상담 시연을 했다. 애란원은 1960년 가출소녀와 성매매여성 보호·자활시설로 개소한 ‘은혜의 집’이 모태다. 미혼모의 임신·출산 과정에서부터 자녀 양육, 주거 및 의료지원, 출산 후 자립을 지원한다. 이 차관과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은 애란원을 방문해 위기임산부에 상담과 지원 현장을 점검했다.
위기임산부는 임신 중 여성 및 분만 후 6개월 미만인 여성으로 경제적·심리적·신체적 사유 등으로 출산과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뜻한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지원 강화 차원에서 이날부터 지역 상담 기관에 신청만 하면, 나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한부모 가족 시설(121곳)에 입소할 수 있도록 했다.
병원에서 출산하면 무조건 출생이 등록되는 출생통보제와 익명 출산이 가능해지는 보호출산제도 이날부터 시행된다. 병·의원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을 파악하고 보호하자는 취지다. 보호출산제는 임신과 출산을 밝히기 꺼리는 임산부들이 병원 밖 출산을 선택하는 걸 막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다.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신하는 가명과 관리번호를 부여받아 산전검진부터 출산까지 사용된다.
위기임산부는 이날부터 국번 없이 1308번으로 24시간 전화 상담을 이용할 수 있다. 전국 16개의 지역 상담 기관이 위기임산부를 응대한다. 이 상담사는 “현재까지 총 3건의 전화가 여성 2명, 남성 1명으로부터 걸려 왔다”며 “혼외 출산 관련 문의와 제도 관련 문의였다”고 했다.
상담 인력은 87명인데 향후 인력 확대 등이 과제로 꼽힌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상담원의 전문성”이라며 “동시에 이분들이 장기 근속하는 게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양한 네트워크와 연계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복지부와 여가부를 넘어서는 민관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 차관도 전문성과 근속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처음 걸려온 전화가 마지막 전화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