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행한데 남들은 행복해”… 대낮 서울 한복판 공포의 칼부림 [그해 오늘]

검찰 “게임 중독 상태서 불만 쌓여 저지른 범죄”
피해자, 모친 잃고 사실상 가장 역할 하던 청년
지난 2023년 7월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난동을 벌인 조선(34)이 7월 28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년전 오늘 ‘나는 불행한데 남들은 행복해’란 이유로 한 청년이 무차별 칼부림 사건을 벌여 스물 두 살의 꽃다운 나이의 청년이 짧은 생을 마감했다. 

 

2023년 7월 21일 오후 2시 7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인근에서 조선(34)은 행인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22세 남성 1명이 숨졌고 30대 남성 3명이 크게 다쳤다.

 

키 168㎝로 무직이었던 조선은 또래 조건이 좋은 남성들에게 심한 열등감을 느껴 젊은 남성들만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개된 범행 CCTV를 보면 조선은 지나가던 할아버지에겐 흉기를 휘두르지 않았다.

 

또한 조선이 신림동이 젊은 남성들이 많이 왕래하는 것을 미리 파악해 범행 장소로 삼았다. 실제로 신림동은 사회초년생인 20대·30대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피해자 유족은 언론인터뷰를 통해 “동생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목, 얼굴, 팔 등을 칼에 13회 찔렸. 직접 시신을 확인하고,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남겨진 칼자국과 상처를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라고 토로했다.

 

알고보니 숨진 피해자 A씨는 지난 2018년 수능을 사흘 앞둔 시점에 암투병하던 모친을 떠나보냈으며 외국에서 생활하는 부친을 대신해 남동생을 다독이는 등 사실상 가장 역할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당일 신림동에 간 이유도 서울에서 집값이 저렴한 원룸을 알아보기 위해 간 것이었다.

 

이후 경찰조사에서 조선은 “나는 불행하게 사니까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고 분노에 가득 차 범행을 한 것”이라며 “오랫동안 나보다 조건이 나은 또래 남성들에게 열등감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팀은 이 사건을 “현실과 괴리된 게임 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이 쌓여 저지른 이상동기 범죄”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그는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체포될 경우를 대비해 휴대폰을 초기화했으며 범행 당일 컴퓨터를 망치로 파손했다.

 

조선은 1인칭 시점에서 무기나 도구를 사용해 전투하는 ‘1인 슈팅게임’에 심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은 무기로 타인을 공격해 살해하는 내용의 게임 영상을 장기간 시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조선은 흉기 상해를 포함해 전과 3범에 소년부 송치된 전력 14건 등 전과와 수사받은 경력 자료가 총 17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심에서 검찰은 살인, 살인미수, 절도, 사기, 모욕 혐의로 기소된 조선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에서도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무기징역형을 유지했고 검찰과 조선 모두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조선은 가석방되지 않으면 구치소에서 생을 마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