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체코 원전 수주 향한 여정

한국시간 17일 오후 8시50분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5·6호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을 발표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의 ‘K원전’ 쾌거였다.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 입찰을 낸 것은 2022년 3월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난 2년4개월 ‘팀코리아’의 노력을 되돌아봤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끝까지 장담할 수 없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사진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입찰이 시작된 2022년은 문재인정권 탈원전 정책 영향이 있던 때였다. 더구나 유럽 원전 시장은 프랑스와 미국 등이 주도하던 곳이어서 한국으로서는 큰 도전이었다.

 

2022년 5월 출발한 윤석열정부는 다시 원전 생태계 복원을 선언했다. 2030년 원전 10기 수출 목표도 제시했다. 

 

정부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한국전력기술(설계)·한전KPS(시운전·정비)·한전원자력연료(핵연료)·대우건설(시공)·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 등과 ‘팀코리아’를 꾸려 달리기 시작했다. 체코 입찰에는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3곳이 맞붙였다.

 

팀코리아는 체코 정부는 물론 체코 기업과 학계, 두코바니 지역사회 등과 교류하며 신뢰를 쌓았다. 

 

고비는 많았다. 한국이 탈원전 정책을 하지 않고 꾸준히 원전을 추진해나간다는 보장을 요구받았다. 

 

올해 1월 체코 정부가 사업규모가 1기에서 최대 4기로 확대하면서 한국이 도전해도 가능성이 있을지 반신반의한 상황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웨스팅하우스와는 소송전이 벌어졌다. 한수원이 체코 신규 원전으로 제안한 APR-1000 원자로는 APR-1400을 기반으로 한다. 웨스팅하우스는 APR-1400 노형이 자신들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2022년 1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APR1400 노형을 수출하려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라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심은 ‘수출 통제 집행 권한은 미국 정부에 있어 웨스팅하우스가 소송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각하했고, 웨스팅하우스는 항소했다.

 

여기에 임마누엘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수차례 체코를 방문하면서 수주를 위해 우리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입찰 수주 노력에 가속도가 붙은 ‘결정적 순간’은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한 4월이었다. 웨스팅하우스는 자격 미달로 떨어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4월 2파전으로 판도가 갑자기 바뀌었다”며 “그때부터 대통령실에 이른바 ‘워룸’이 가동됐다. 전 부처가 긴박하게 움직였다”고 전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막후 ‘원전 세일즈’에 힘썼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안 장관을 비밀리에 체코에 특사로 파견했다. 안 장관은 대통령 친서를 체코 정부 측에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만나 체코 신규 원전 사업우선협상자로 팀코리아를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 장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안정적인 원전 정책으로의 전환과 대통령이 주도한 정상 차원의 세일즈 외교는 발주국의 신뢰를 끌어낸 핵심 원동력이었다”고 성공 요인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