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 최승우와 ‘코리안 타이거’ 이정영이 경험부족을 드러내며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상대와 난타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충격을 입었다면 전열을 가다듬고 기회를 노려야했지만 이들은 뒷걸음질 치면서도 주먹을 뻗었다. 상대는 체중이 실리지 않은 이들의 펀치를 받아주며 묵직한 주먹을 내밀었고, 최승우와 이정영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경기를 아쉽게 내줬다.
2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on ESPN 60 대회 페더(65.8㎏)급 매치에서 이정영과 최승우가 나란히 1라운드를 버티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먼저 경기에 나선 이정영은 긴 리치를 살리지 못한 채 ‘사자’ 하이더 아밀에게 연타를 내주며 무너졌다. 경기 초반은 이정영이 주도했다. 이정영의 라이트가 아밀의 턱에 적중하면서 아밀은 휘청거렸다. 이런 상황에서 아밀이 다시 들어왔다. 이정영은 거리를 좁혀 들어오는 아밀을 피하지 않았다. 이정영은 과거 로드 투 UFC에서부터 상대를 초살로 꺾어왔다. 묵직한 한방으로 상대를 그로기로 몰고 가 쓰러트리거나 그라운드에서 탭을 받아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괴물들의 무대 UFC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들은 그동안 만났던 상대와 내구성이 달랐다.
리치가 긴 이정영은 아밀의 거리에서 싸웠다. 아밀의 바디 페이크에 이정영의 가드가 내려간 사이 거리를 좁힌 아밀은 펀치를 이정영의 얼굴에 퍼부었다. 뒤로 빠져서 시간을 벌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정영은 뒤로 물러서며 계속 주먹을 섞었다. 겉으로 보기에만 치열한 난타전이었을 뿐 이 과정에서 이정영의 가드는 점점 내려갔고, 아밀의 펀치는 더욱 매섭게 쏟아졌다. 펜스를 기대고 버티는 이정영은 더는 싸우기 힘들어 보였다. 결국 심판은 이대로 경기를 끝냈다. 1라운드 1분5초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정영이 종합격투기(MMA) 데뷔 후 첫 TKO를 당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이정영은 MMA 11승2패 UFC 데뷔 후 2승1패를 당하게 됐다.
코메인 이벤터로 나선 최승우 역시 비슷하게 당했다. 스티브 가르시아전에서 최승우는 최반 카프킥으로 분위기를 제압했다. 가르시아는 하체를 노린 최승우의 발차기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카프킥을 허용한 가르시아는 최승우의 킥 페이크에 반복적으로 움찔할 정도로 경계했다. 하지만 최승우는 이 킥으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가르시아는 최승우와 거리가 좁혀지자마자 달려들며 펀치를 내밀었고, 안면을 허용한 최승우는 흥분한 듯 피하지 않고 맞불을 놨다. 최승우는 뒷걸음질 치면서도 주먹을 뻗었다. 체중이 실리지 않은 펀치는 가르시아 안면에 꽂혀도 타격이 없었다. 반면 무게를 실어 휘두르는 가르시아의 주먹은 한방 한방이 묵직했다. 최승우는 결국 넘어졌다. 가르시아는 등을 보이며 넘어진 최승우의 얼굴에 파운딩을 쏟아냈다. 최승우는 정신을 잃지 않았지만 심판은 그대로 경기를 중단했다.
이로써 최승우는 MMA 7패째(11승)를 당하게 됐다.
김대환 UFC 해설위원은 “과거 스테픈 톰슨처럼 뒤로 물러나면서도 강력한 킥 한방으로 역전을 이루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지극히 드문 경우”라며 “뒷걸음질 치는 상황에서 전세를 역전하긴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