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과 첫 유세에서 집권 1기 당시 북·미 대화를 거론하고 “재집권 시 잘 지내겠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잇달아 언급해서다. 다만 현재 두 개의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매우 불안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집권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 대북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첫 유세인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유세에서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었다. 그는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대통령이었을 당시 여러분은 결코 위험에 처할 일이 없었다. 잘 지내는 일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에게 다른 것을 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말하곤 했다”며 “그는 핵무기를 사는 것만을 원하는데, 그에게 ‘긴장 풀고 좀 느긋하게 있어라(relax, chill). 당신은 너무 많은 핵을 가지고 있다, 너무 많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좀 긴장 풀고, 야구 경기나 보러 가자고 했다”며 “야구가 뭔지 알려주겠다. 우리는 양키스 경기를 보러 갈 수 있다(고 했다). 시즌 첫 홈 게임 때 와서 미시간 (경기)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18일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김 위원장을 언급하고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나는 그와 잘 지낼 것이다. 그 역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랄 것이고,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기자단에 배포된 연설문 초안에는 없었다. 연설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말한 것으로 추측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갖는 등 김 위원장을 모두 세 차례 만났다.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두 번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없었던 정상 간 만남을 통한 ‘통큰 합의’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두 번의 편지를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등 개인적인 인연을 계속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북·미 대화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능력 제고 중단 등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북·미 정상 대화 자체보다는 실제로 어떤 협상이 이뤄지는지 그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는 의미다. 민 교수는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 2주 동안 한·미 간 소통이 없었던 거로 기억한다”며 “(이번에는) 미국이 막연히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것이라 기대하기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그 의향을 파악하고 우리 목소리를 투영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