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20년 만에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해자들의 보복 가능성에 “두렵다”고 말했다.
전날인 20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2004년(사건 발생 당시) 이후 패턴이 똑같다. 약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며 사건 이후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당시 사건으로 자신뿐 아니라 가족 역시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했다. A씨의 동생은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을 못 했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건 당시 15세였던 A씨는 현재 30대 중반이 됐지만 여전히 과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을 목격했던 A씨의 동생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피해자는 “최근 사건이 대중의 큰 관심을 받으며 고통은 더욱 극심해졌다”고 했다.
A씨의 동생은 “지난달 2일 남동생이 유튜버들이 가해자 신상 폭로 사태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A씨 동생은 해당 유튜버에게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피해 당사자인 A씨가 상황을 알기 전에 동영상 삭제를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유튜버는 ‘그냥 이렇게 된 거 같이 이 사건을 한번 키워나가면 어떨까요?’라는 답장을 보냈다고 전해졌다.
A씨 동생은 “(해당 유튜브 채널 공지에) ‘피해자가 동의했다’고 적혀있지 않았나”라며 “가해자들이 보복하는 거 아닌가 두려웠다. 아직도 현관문을 닫을 때마다 수십 번 문이 잠겼는지 확인한다”고 토로했다.
해당 영상은 뒤늦게 삭제됐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다룬 또 다른 유튜브 영상들이 지속적으로 게재 되면서 논란은 한층 깊어졌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자신은 그 어떤 콘텐츠에도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저한테 동의를 얻었던 건 아니지 않나”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A씨 자매는 또 이번 사태가 불거지고 나서야 수사 당시 진술했던 가해자 44명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A씨는 최근 뉴스를 통해 “일부 사건 기록을 자세히 읽어보고 나서야 단 한 명도 처벌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그때는 저희가 어렸고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저희 진술만 있으면 다 처벌받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한편 밀양 여중생 집단 강간은 20년 전인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44명의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1년간 여중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10명만 기소했으며, 울산지법이 2005년 4월 기소된 10명에 대해 부산지법 가정지원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리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후 집단성폭행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된 가해 학생 44명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이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일상이 매체를 통해 전해져 공분이 일었다.
급기야 밀양시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안병구 밀양시장과 시의회, 밀양지역 80여개 종교·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해당 사건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또 가장 최근인 지난 15일 밀양 사건의 가해자 한 명이 얼굴을 공개하며 사과했다.
가해자 이씨는 “저는 20년 전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피해자께 사죄드리기 위해서 영상을 찍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제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온 피해자분께 지금 이 영상을 빌어 너무나도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싶다”고 사과했다.
이어 “영상을 찍기까지 겁도 많이 나고 두렵기도 했고 시간이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숨기고 싶고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어떠한 사죄를 하더라도 용서받기 힘들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정말 진심을 담아서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그러면서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사죄드리는 것도 너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피해자분께는 잊어야 하는 그런 아픈 상처겠지만, 저는 평생 잊지 않고 반성하고 또 반성하고 사죄하면서 살아가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