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20년 21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자 입주했던 사무실 건물주와 갈등을 빚으면서 송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자는 건물 외벽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창틀을 훼손했는데 이를 원상복구하지 않은 채 임대차보증금 반환만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실이 확보한 판결문에 따르면 대구지법 민사2단독은 2021년 1월20일 이 후보자와 건물주 A씨 사이 서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임대차보증금과 손상된 건물을 원상복구하는 비용이 상계돼 소멸한다는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결정)을 내렸다. 이 후보자는 A씨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A씨는 건물이 훼손돼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법정 다툼을 벌였는데 재판부는 양측의 사정을 고려해 소를 제기한 금액이 서로 상쇄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제조정은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당사자들의 화해 조건을 정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다.
이 후보자는 2019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2020년 총선에 출마하고자 대구 동구갑 경선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당시 당내 경선을 준비하며 2020년 2월부터 5월까지 대구 동구 한 건물 지역사무실을 임차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으나 경선에서 떨어지면서 더 이상 이 사무실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이 후보자는 A씨에게 임대차보증금 500만원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이 후보자가 창틀에 나사못을 박아 현수막을 설치하면서 마감이 손상됐다며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실리콘이 아닌 알루미늄으로 마감된 창틀에 나사못을 박았다가 이 부분을 실리콘으로 마감했다. A씨 측은 임대차계약 시 실리콘으로 마감된 부분에만 현수막을 걸고 손상된 알루미늄 창틀은 새로 교체하기로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계약 위반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임대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며 소를 제기했고 A씨 측 역시 건물 시설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반소를 제기했다. 이 후보자 측은 법원에 “다시 실리콘으로 마감하기로 합의했고 실제로 원고(건물주 A씨)가 실리콘으로 마감할 때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 측이 작성한 소장에 따르면 이 후보자와 작성한 사무실 임대차계약서 특약사항에 ‘전면 현수막 부착한 자리에 알루미늄 손상 창틀은 교체하여 3군데 원상복구한다’라고 기재돼 있고, 손상된 부분을 실리콘으로 마감하는 방식은 사전에 합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가 2020년 3월까지만 사무실을 사용했음에도 양측은 당해 말까지 갈등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임대차보증금 500만원은 원고(이 후보)가 피고(건물주 A씨)에게 지급할 원상회복비용 500만원과 상계돼 소멸했다”고 결정했다.
이정헌 의원은 “이 후보자는 본인이 임차한 건물 시설에 손상을 입혀놓고, 건물주에게 적반하장식으로 소송을 걸었다”며 “결국 임대차보증금으로 이 후보자가 손해배상을 물어낸, 정말 낯부끄러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사람이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협박하고 소송하는 등 남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전형적으로 비겁한 모습”이라며 “고위공직에 오르기엔 도덕성, 인간성에 큰 흠결이 있는 이 후보자는 당장 방통위원장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