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정원, 바보처럼 수미 테리 보호 못해…대통령실은 더 바보짓”

“문재인 국정원과 윤석열 국정원 나눌 수 없어”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문재인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의 기소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활동이 노출된 데 대해 “국정원 요원들이 미숙하고 참 바보짓을 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수미 테리를)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익히 들어서 존재는 알고 있었다. 일종의 국정원 협력자”라며 “우리 국정원 요원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자문을 구했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미국 검찰에서 기소를 하면서 구체적 사진 같은 것이 나왔다고 하면 ‘왜 그런 바보 같은 정보활동을 했는가’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데), 그건 당연한 거”라면서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 그런 일을 하고 있다. 그러한 일을 하면서 왜 바보처럼 그렇게 걸려들었느냐, 이것이 더 창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더 바보짓을 한 건 대통령실이다”라며 “이것을 보고 문재인 정부 운운하면서 감찰해서 까발리겠다 하는데, 제 발등 도끼질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윤석열 정부가 그 짓 하다가 걸린 것 아니냐”라며 “(미국 검찰에 기소된 내용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때 수미 테리가 활동을 시작해서 8건, 문재인 정부 5년간 12건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1년간 20건이 넘는 것은 무엇을 증명하는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국정원의 1급 부서장을 일거에 물갈이를 하고 가장 핵심인 2급, 3급, 거의 200~300명을 대기 또는 파견한 것으로 인해서 상당히 조직이 흔들린 것도 문제가 있다”면서 “지금 현재도 문재인 정부에서 일했던 간부들이 보직도 무엇도 받지 못하고 파견 혹은 교육 중이다. (대통령실이) 문재인 정부가 물갈이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라고 꼬집었다.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연합뉴스

박 의원은 미국 연방검찰이 현시점에서야 수미 테리를 기소한 것에 대해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과도한 정보활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경고, 워닝 차원에서 한 것 아닌가”라면서도 “FBI(미국연방조사국)에서 충분히 조사를 해서 이 이상 조사할 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검찰에서 기소하지 않았겠냐는 데 더 방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한국계 국무성, 주요 간부 한 사람도 또 면직됐다는 소리가 들리는, 이런 걸 보면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는 한편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비공개 소환 조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선 “김건희 여사가 검찰 수사를 받은 게 아니라 검찰을 김건희 여사가 경호처로 불러가지고 조사하는 척했다. 국가기관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왜 국민들이 김건희 특검을 지지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검을 안 하면 험한 꼴을 당할 거다. 탄핵 열차도 출발할 수 있고 임기 후라도 두 내외분은 감옥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연방검찰은 16일(현지시간) 한국계 대북전문가인 수미 테리 CFR 선임연구원을 기소했다. 미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한 혐의다. 공소장에는 테리가 2013년부터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국정원 요원들에게서 제공받은 선물과 식사내역, 나눈 대화 등이 자세히 적혀있고 CCTV 사진 등이 첨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요원과 테리 연구원이 명품 매장을 떠나는 모습. 연합뉴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감찰이나 문책을 하면 아무래도 문재인 정권을 감찰하거나 문책을 해야할 것 같은 상황”이라면서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잡아가지고 국정원 차원에서 전문적으로 외교활동을 할 수 있는 요원들을 다 쳐내고 아마추어 같은 사람들로 채워넣으니까 그런 문제가 난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테리 연구원의 기소장에 언급된 국정원 요원의 활동은 이전 정부와 현 정부 모두에 걸쳐 있다. 명품 등 고가의 선물 제공을 받은 시기는 주로 문재인정부 재임기인 2019∼2021년에 해당한다. 다만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정부 정책을 홍보하거나 미국의 대북 정책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노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