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우리나라 정치와 언론의 관계를 짚는 대목에서 기성언론은 진보 정부보다 보수 정부에 가깝고, 진보 정부에는 기본적으로 날카로우며 보수 정부에는 대드는 법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0일 MBC 시사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한국의 정치와 언론의 관계를 짚던 중, “진보 정부가 있을 때는 언론에 대한 작은 비판만 나와도 일시에 궐기해 투쟁하지만, 보수 정부에서는 압수수색을 하고 과태료를 부과해도 내 문제만 아니면 별로 나서서(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저는 기성언론을 기득권 체제의 일부로 인식한다”며 “그렇게 인식하고 보면 화낼 일도 없고 ‘그런가보다’ 이렇게(생각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기성언론이 보수 정부와 상대적으로 밀착한다는 유 전 이사장 주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의 지난달 ‘애완견’ 발언 언급 과정에서 나왔다. 앞서 이 후보는 민주당 대표이던 지난달 14일,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자신을 기소한 데 대해 “있을 수 없는 희대의 조작 사건”이라 날 세우면서 언론이 이를 제대로 지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찰의 애완견’ 표현을 썼다.
당시 이 후보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언론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일한 사건에 대해 동일한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해 상반된 결론이 났다”며 “왜 이런 점을 우리 언론은 한번도 지적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사건의 공범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1심 재판부가 대북송금 사건을 ‘쌍방울이 주가 상승을 노리고 벌인 대북 사업’이라고 판시한 것을 끌어온 발언이었다.
이 후보 발언에 민주당에서는 ‘무식하지 않고서야 언론비하 혹은 망언이라는 반응이 나올 일이 아니다’라며 편들었고, 국민의힘에서는 ‘전형적인 범죄자의 모습’이라거나 ‘희대의 망언’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이 후보는 나중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언론 전체 비판으로 오해하게 했다면 저의 부족함 탓이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검찰의 주장만을 받아쓰며 사전 조작·왜곡에 부역하는 일부 기자들의 행태는 오랫동안 비판받아왔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을 언론에 대한 사건 당사자의 불만 표출로 본 유 전 이사장은 “그건 언론을 해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대부분 언론은 싫은 소리하는 사람을 적으로 취급한다”면서, 이어진 ‘구체적으로 잘못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게 차라리 낫다’던 같은 방송에서의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 반응에 “안에 계시면 잘 모른다”며 “언론은 밖에 있는 사람에게 공포를 주는 권력기관”이라고 받아쳤다.
계속해서 “시민들과 언론 소비자들과 수용자들과 저널리스트 사이에 정서적인 거리가 어마어마하다”며 “그 점을 언론인들이 체감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유 전 이사장은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