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보기술(IT) 기반의 신기술을 접목해 삶의 질 향상을 꾀하며 본격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교통취약지역에 자율주행이 가능한 버스 도입을 추진하는가 하면 의료취약 지역에 사는 노인들의 건강을 비대면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문제는 기술 개발 비용과 제도 정비 등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아 정부의 보다 광범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시골 동네 자율주행 버스 ‘부릉부릉’ 시동 건다
특히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로 지정된 전국 24개 지역 대부분이 도심 내 서비스를 추진하는 것에 비해 하동군은 농촌 지역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는 점에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사업비 23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하동읍 내에 노선순환 형태의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돌아다니게 된다.
하동군은 10월쯤 시험운행을 시작해 2025년 1월부터 본격 운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편한 대중교통을 개선할 수 있어 하동군민들은 내심 이 사업이 빨리 마무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동군 30대 주민 김모씨는 “대중교통 취약지인 군에 새로운 교통수단이 도입돼 기대된다”며 “농어촌은 버스 기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고령화로 인해 점점 교통이 낙후되는 현실에 자율주행차가 더 빨리, 더 많이 도입돼서 이런 교통 취약지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T 기반의 신기술로 의료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나서는 지자체도 있다. 경기도는 이달부터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노인 건강관리 사업에 착수했다. 도내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늘편한 AI케어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움직임 감지, 생체인식 등으로 노인들의 안부와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AI 기반 스마트폰 활용 케어서비스다. 별도의 돌봄 로봇이나 스마트워치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AI 통합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인데,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해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전남은 지역보건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사·의사, 의사·간호사 간 IT를 활용한 원격협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흥·강진·해남·완도·진도·신안 6개군이 2017년부터 원격협진을 진행해왔다. 고혈압·당뇨·초기 치매·관절염 등 만성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원격협진 진찰·검사·처치·투약·복약 지도 등이 이뤄진다.
경북도는 지역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AI 기술을 활용해 난임 시술 성공률을 높이고 환자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드림아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드림아이는 난임 관련 각종 정보의 데이터베이스 축적과 제공, 임신 준비 과정 기록 및 관리, 개인별 임신 예측 모델 제시 등을 지원하는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난임 시술 과정에서의 애로를 분석하고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과 가임 체력 예측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해 사용자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교통·의료취약뿐만 아니라 제조 현장에도 IT, AI를 활용해 제조 혁신을 꾀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나서는 곳도 있다.
◆기술 개발 비용·제도적 정비 마련 등 최대 관건
IT 기반 신기술의 도입 취지는 명료하지만 실생활에 적용되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현실의 벽이 있다. 기술 개발에 따른 비용이나 제도적 근거 마련 등 신기술 적용의 최대 장벽을 허물어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부설연구기관인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은 지난 2월 발표한 ‘교통소외지역 대중교통 서비스의 유지 및 강화를 위한 운영전략’ 보고서에서 농어촌 지역을 하나의 정책 대상으로 두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육성할 수 있어야 하지만 사업 추진과 지원 근거가 △농어업인 삶의 질 법 △대중교통법 △여객자동차법 등 여러 법률에 나뉘어 있어 체계적 접근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농어촌 지역은 인구 소멸 위기로 이용자 감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벽지노선이나 교통소외지역이 계속 늘어나게 되면 관련 정책이나 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고민도 있다. 이 보고서를 집필한 최승현 책임연구원은 “특히 교통 이용 수요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기존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는 한계가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자율주행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며 “농어촌 지역을 대상으로 자율차 실증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별도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30년 넘게 IT업계에 종사하는 한 전문가는 “I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의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안전과 직결된 영역에 대한 접목은 우리 실생활과 아주 밀접해 있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현실적인 비용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스타트업 입장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 사업을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