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그룹이 국내 중소기업 상품을 해외 바이어에 중개하는 기업간거래(B2B) 플랫폼을 선보인다.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기술력과 인지도를 인정받은 한국 제품을 전 세계로 유통하겠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그룹이 초저가 상품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내수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한 데 이어 국내 도매 수출 시장까지 공략하면서 유통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알리바바닷컴은 22일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판매 가속화 지원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달 8일 한국 기업 전용 B2B 웹사이트인 ‘한국 파빌리온’ 공식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웹사이트를 통해 향후 5000개 이상의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B2B 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알리바바닷컴이 특정 국가 전용 B2B 웹사이트를 여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지난 3월 ‘AI(인공지능) 스마트 어시스턴트’와 ‘산업 리더 프로젝트’ 등 국내 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한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한국 기업들을 본격 유치하려는 전략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알리바바그룹이 직구·역직구, 도·소매 시장 등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방위적인 전략을 펼치면서 업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어온 한국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와 정부가 ‘역직구’(해외 직접판매)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황에서 수출시장까지 중국 업체가 흡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알리바바그룹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타오바오·티몰·라자다 등 계열 플랫폼을 통해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수출된 한국 상품 규모는 34조3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닷컴이 저품질·저가 상품 판매로 악화한 알리바바그룹의 글로벌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한국 기업과 제품을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력이 좋은 한국 기업을 대거 끌어들이며 그룹 이미지 쇄신과 매출 개선을 동시에 꾀한 전략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