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주의 정당에서 90% 넘는 득표율, 위험신호 아닌가

당 대표를 뽑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초반부터 독주하는 양상이다. 그제 이 후보는 지역순회 경선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 강원 90.02%, 대구 94.73%, 경북 93.97%를 득표했다. 제주·인천 경선까지 합산한 누적득표율은 91.70%다. 김두관(7.19%)·김지수(1.11%) 후보와 비교하는 게 무색할 정도로 앞서고 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벌써 당선 여부보다 그가 2년 전 거둔 역대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 득표율(77.77%)을 깰지에 관심이 쏠린다고 하지 않는가.

경선 룰 자체가 이변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경선은 대의원 14%, 권리당원 56%,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다. 국민 여론조사는 역선택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전 국민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한다. 4·10 총선에서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을 통해 당을 확실하게 장악한 이 후보에게 사실상 유리할 수밖에 없다. 김두관 후보가 “한 사람을 위한 형식적 행사”라고 비판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원내 1당이자 당명에 ‘민주’를 표방한 정당에서 특정 후보가 90%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나마 두 김 후보의 출마로 경선의 모양새를 갖췄을 뿐이지 ‘이 대표 추대식’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지난 주말 조국혁신당 전당대회에서 조국 대표가 단독 출마해 99.9%의 찬성표를 얻은 것과 뭐가 다른지 의문이다. “북한 김정은 체제에 견줄 법하다”는 국민의힘 비판이 지나치긴 하지만 민주당에 대한 위험신호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후보가 “부러워서 하는 말”이라고 치부할 일이 절대 아니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듯 사회 체제도 다양성을 지닐 때 건강해진다. 민주주의는 다양성과 포용이 기본 아닌가. 과거 총재 시절의 민주당에서도 계파가 존재했고 때로 경쟁하고 때로 힘을 모아 민주주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검찰 독재’에 맞서야 한다고 하지만 허공을 향한 주먹질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허구한 날 온갖 특검을 남발하고 탄핵을 외치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이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쓰레기’로 변한 집단은 정권을 잡을 수도 없고, 잡아서도 안 된다”는 김두관 후보의 경고를 허투루 듣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