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의대반 모집”… 선행학습 광고 학원 100여곳 적발

교육부, 집중신고기간 운영 결과

“초3부터 준비” 학부모 불안 부추겨
선행·심화교육 장려 광고 수두룩
교육청 통해 130건 삭제 조치
과태료 등 처분 근거 없어 ‘한계’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반 개강. 입시 성공은 초등학생 때 결정됩니다.”

 

‘초등 의대반’ 등을 운영하며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광고를 한 학원 100여곳이 교육부에 적발됐다. 교육부는 7월 초부터 ‘선행학습 유발 광고 학원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 결과 선행학습을 유발하거나 거짓·과장광고로 의심되는 학원 광고 130건을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23일 서울 시내의 한 학원가에 의과대학 준비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한 학원은 ‘의대 등에 진학하기 위해선 교과 선행·심화뿐 아니라 경시대회 수준의 문제를 통해 초격차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광고 문구를 내세워 초등학교 5·6학년을 모집해 적발됐다. ‘초등 3∼6학년 의대 진학 기회의 창이 열립니다’라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의대 준비반을 모집한 학원도 있었다.

 

실제 학원가에선 ‘의대반’,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 전문반’ 등의 이름으로 초등학생 대상 선행학습반을 운영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학원은 ‘최상위권 교육’이란 핑계로 초등학교 고학년에게 고교 모의고사 수학·영어 문제를 풀게 하기도 한다. 이런 ‘의대반’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과외를 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강남구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한 학부모는 “학원 상담을 가면 ‘대입은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늦는다’고 겁을 주는 곳이 많다. 초등학교 졸업 전 중학교는 물론 고1 수학 정도는 떼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다들 이렇게 한다고 하면 조바심이 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육청을 통해 이번에 적발된 광고들을 삭제하도록 했다. 다만 학원의 선행학습 유발 광고는 거짓·과장광고와 달리 과태료 등 조치를 할 수 있는 처분 근거 규정은 없다.

서울 시내의 한 학원가에 의과대학 초등 준비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교육부 관계자는 “선행학습 유발 광고를 하는 학원은 대부분 거짓·과장광고 소지가 있고, 교습비를 과도하게 비싸게 받는 경우도 많아 교육청에 거짓·과장광고 여부, 교습비 초과 징수, 등록 외 교습과정 운영 등 학원 운영 전반에 대한 특별지도 점검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학원에 선행학습 유발 광고를 하지 말라는 행정지도를 하는 한편 교육청과 함께 서울 강남구 등 전국 학원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점검을 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초등학생 대상 의대반이 전국 각지로 확산하고 있다”며 “초등 의대반을 포함한 학원 선행학습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