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진숙, ‘법카’로 골프장·노래방… 대전MBC 규정에는 “비용 불인정”

법인카드 결제내역 업종에 유흥주점, 단란주점도
대전MBC 법인카드 사용기준에 ‘불인정’ 사용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대전MBC 사장 시절 노래방, 골프장 등에서 법인카드를 수차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내부 규정에는 이 같은 사용을 업무상 목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상 목적이 아니면 비용을 인정하지 않도록 하고 있음에도 이 후보자 측은 대전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8일 경기 과천시 소재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실이 확보한 대전MBC ‘법인카드 사용기준’을 보면 법인카드 사용 가이드라인에 사용용도, 상대처 등을 기재하지 않거나 업무상 목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비용을 불인정한다고 적시했다. 유흥업종은 물론, 이발소·사우나 등 위생업종, 노래방·골프장·당구장 등 레저업종, 병·의원, 마트·백화점 등 가정생활용품 업종 등에서 사용된 영수증은 원칙적으로 업무와 무관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적혀있다.

 

이뿐 아니라 카드사용 금액을 분할해 여러 항목에 첨부한 영수증, 기타 업무 직접관련성 부적합 영수증, 휴가·출장 중 사용한 경비 등은 모두 회사 업무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구체적으로 정했다. 업무 목적이 불분명한 경비 및 접대성 경비 역시 업무상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구매 내역과 지급처 등 세부내용을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후보자는 2015년 3월 대전MBC 사장으로 취임해 2018년 1월까지 재임했다. 이 후보자는 2016∼2017년에만 심야시간에 노래방에서 최소 다섯 차례 법인카드로 결제한 내역이 있다. 2016년 4월6일 오후 11시 12분 대전 유성구 A노래방에서 30만원을 결제하고, 전표적요에는 ‘관계회사 접대’라고만 기재했다. 전표적요는 거래내용을 뜻한다.

 

같은 해 9월22일 오후 10시 34분에는 단란주점으로 업종이 구분된 서울 용산구 B노래방에서 15만2000원을, 11월10일 0시 13분에는 유흥음식/주점으로 구분된 서울 영등포구 C노래방에서 20만원을 결제하고는 각각 ‘부운영비’로 표기했다.

 

대전MBC 사장 재임 기간에 골프장으로 업종이 분류된 곳에서 법인카드로 결제한 기록은 38차례 있다. 2016년 5월22일 경기 안성시에서 전표적요에는 ‘부운영비’로 109만3500원을 결제했다. 같은 해 6월19일과 9월25일 경기 용인시에서는 각각 117만8400원과 123만2000원을, 2017년 3월25일 인천 중구에서는 109만900원 등을 ‘관계회사 접대’ 명목으로 골프장에서 결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종합병원에서의 법인카드 결제 기록도 있다. 2017년 1월30일 오후 7시 13분과 같은 해 8월16일 오후 6시 17분 서울아산병원에서 ‘부운영비’ 명목으로 1만5500원과 1만원을 각각 결제했다. 기본적으로 사내 법인카드 사용기준상 업무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곳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뒤 지출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 후보 측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후보자가 법인카드를 부정 사용했다는 보도를 부인한 바 있다. MBC가 지난 19일 ‘이진숙, 대전MBC 사장 때 서울 집 근처서 법인카드 87건 사용’이라는 기사를 보도하자 이 후보 측은 “사실상 강남의 주요 도심을 포함하는 지역인 사실을 누락한 채 이 후보자가 집 근처에서 법인카드를 유용한 것처럼 왜곡한다”며 “정상적인 법인카드 사용을 마치 부정사용인 것처럼 보도한 해당 기사는 악의적인 프레임 씌우기”라고 밝혔다.

 

이정헌 의원은 “무분별한 법인카드 사용으로 문제된 이 후보자는 얼마 전 내부규정에 맞게 사용했다고 반박을 했지만, 본 의원실에서 확보한 대전MBC 법인카드 규정에 의하면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유흥주점, 단란주점, 노래방, 골프장, 병원 등에서 회사 자산을 물 쓰듯 사용한 이 후보자는 양심이 있다면 자진사퇴하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