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성·세제 혜택… 선진국선 이미 ‘상속신탁’ 활발 [심층기획]

日, 포괄신탁 중심 상품 다양화
2023년 1580조엔… 年 6% 성장
美, 생전·생명보험신탁 등 인기

해외에서는 각종 세금 혜택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상속 신탁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우리금융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일본 상속신탁 비즈니스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일본 신탁시장 규모(수탁고 기준)는 1580조엔으로 2003년 이후 연평균 6%씩 성장했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67%에 달하는 수준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신탁시장의 성장은 고령화·저금리 환경에서 재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다음 세대로 승계하기 위한 포괄신탁(종합재산신탁)이 이끌고 있다. 포괄신탁은 단일 계약으로 금전과 유가증권, 부동산 등 모든 재산을 종합적으로 관리·운용·처분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신탁은행은 △포괄적 상품·서비스 제공 △특화상품 공급 △디지털 기술 개발을 통해 광범위한 상속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은행에서도 운용 중인 유언대용신탁을 비롯한 유언신탁, 유산정리 서비스도 선보였다.

특히 유가증권 신탁에 유언대용형 특약을 추가해 기업 총수가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원활히 상속할 수 있게 돕는 상품도 있다. 신탁 자산은 유산분할 협의 대상에서 빠지므로 신속하고 안정적인 자사주 이전을 통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밖에 반려동물 주인(수탁자)이 숨지면 새 주인(수익자)에게 양육자금을 지원하는 펫 신탁, 상속 이전 고령화로 자산관리 능력을 상실할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신탁은행에 자산을 위탁할 수 있는 후견제도지원신탁 등 다양한 상품이 운용되고 있다.

미국도 상속을 위한 신탁 서비스가 발달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생전신탁(Revocable Living Trusts)은 신탁자가 생전에 신탁 내용을 변경·취소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생전신탁을 이용하면 사망 시 신탁 재산에 대해 법원을 거쳐야 하는 유언검증절차를 회피해 상속에 따른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자산 보호와 세금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생명보험신탁(Irrevocable Life Insurance Trust)도 있다. 소득세와 증여세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금이 자녀를 위해 사용되지 않을 위험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이 보험금을 신탁 관리하면서 자녀에 대한 안정적인 지급을 보장한다.

영국에서도 생전신탁(Living Trust)을 비롯해 재량형 신탁(Discretionary Trust), 단순 신탁(Bare Trust) 등 고령층 고객이 자신의 재정 상황과 목표에 맞게 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